‘사건 다음날 조사’도 부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경찰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다. 태평로지구대는 폭행 사건의 현장인 ㅅ클럽을 포함해 북창동 일대 유흥업소를 관할하고 있어 밑바닥 정보에 가장 밝다.
김환수(53·경감) 태평로지구대장은 26일 밤 이후 지구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전화 연락도 되지 않았다. 김 지구대장은 사건 다음날인 3월9일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ㅅ클럽 초토화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고 ㅅ클럽 종업원들은 증언하고 있다. 지구대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사건 내용을 자세하게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는 김 지구대장의 잠적을 두고 경찰 윗선의 지시에 따랐거나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숨기려 피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해 왔다.
김 지구대장은 29일 오전 <한겨레> 기자와 만나 “27일에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고, 이튿날은 비번이었다”고 연락이 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건이 벌어진 3월8일 밤부터 같은달 9일 새벽은 휴무였기 때문에 보고를 받지 못했고, 다음날 근무일지에도 ‘단순 폭행’으로만 써 있어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이튿날 종업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 사실도 부인했다.
‘지구대→남대문경찰서→서울경찰청→경찰청’으로 올라가는 보고체계의 가장 말단에서 재벌 회장이 관련된 ‘주요 사안’을 단순 폭행이라는 이유로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사회적 이목을 끌 사건은 나중에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며 징계받을 수도 있어 유명인사 관련 사건의 경우 즉각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지난 28일 “태평로지구대장에 대해 감찰을 벌였지만 관련자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지구대장은 29일 오전에는 “감찰의 ‘감’자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김 지구대장은, 이날 밤 이 기사를 본 남대문경찰서장과 통화한 뒤 “조사는 받았지만 감찰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조사였기 때문에 감찰 사실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남일 노현웅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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