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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의사 의거 당시 친일세력 “천황에 사죄” 망동

등록 2005-03-25 19:51수정 2005-03-25 19:51

 1909년 10월26일 오전 9시30분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광경을 담은 ‘안의사 하얼빈 의거도’. 안중근의사 기념관 제공
1909년 10월26일 오전 9시30분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광경을 담은 ‘안의사 하얼빈 의거도’. 안중근의사 기념관 제공

일진회 “광폭한 역도의 죄”사죄단 결성
일제 “기금 가로챌 목적”모임 해체시켜
황현 “민중들 경하”…사진 간직 열풍도

안중근 의사의 의거 소식을 접한 95년 전 조선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조선 후기 애국지사 황현은 <매천야록>에서 “(안 의사의 의거) 소식이 서울에 이르자 사람들이 감히 통쾌하다고 칭찬하지는 못했지만, 저마다 깊숙한 방에서 술을 따르며 경하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적고 있다.

그렇지만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에 기생해 정치·사회 권력을 쌓아온 부일 세력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안중근을 부인하고 이토 추모 행렬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신운룡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책임연구원은 “부일 관료들은 이토의 처단을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조문사 파견, 추도회, 민간 사죄단 파견, 송덕비 건립 등의 추모 사업을 쏟아내며 일제에 대한 충성심을 경쟁적으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사욕을 위해 이토를 이용한 기득권 세력의 속셈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일진회 간부들이 중심이 돼 추진한 ‘국민사죄단’ 파견 사업이다. 일진회 경북지부 총무원 윤대섭, 경북지부 평의원 김영두 등은 안 의사 의거가 있은지 3일 만에, 안 의사의 의거를 광폭한 역도의 죄라고 폄하하고 “우리 2천만민이 다 같이 도쿄로 가서 죄를 일본 천황에게 고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일진회는 1909년 12월에는 “조선을 일본에 병합시키자”는 매국적 주장을 편 친일단체다.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으로 가끔 이름이 오르내리는 송병준이 이 단체를 만들어 회장을 지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민중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들은 1909년 11월7일 경성 독립관에서 13개도에서 대표 2사람씩 모여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모인 사람이 겨우 8~9명에 불과했다. 실망한 이들은 “모임에 나오지 않는 사람은 안중근을 동정하는 자”라며 사람들을 위협해 1909년 11월25일 오후 3시 서울 대사동에 있던 청나라 사람 동순태의 집에서 ‘대한전국민단회’라는 사죄단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임에 대한 일제의 반응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한국독립운동사> 7권 ‘헌기 제2216호’를 보면 일제 통감부는 “모임이 진실로 국가의 앞길을 걱정하고 이토경을 경모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불량한 사람들이 금전을 가로챌 계획으로 일을 꾸미고 있어, 급히 모임을 없애지 않으면 불량한 사람들이 인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클 것”이라고 경고하고 모임을 해체했다.

부일단체인 대한상무조합 등도 1909년 10월28일 “이토공이 동양 평화를 위해 지대한 공이 있었는데도 흉변을 당했다”며 이토 공덕비 추진을 위한 모금에 나서지만, “송덕비 건립을 구실로 기부금을 모집하여 생계대책을 세우려는 데 그들의 목적이 있다”는 일제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된다.

이에 견줘 국내에서는 안 의사 숭모를 위해 사진을 간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일제는 안 의사 사진 발매를 중지시키는 등의 소동을 빚기도 했다.

신 연구원은 “95년 전 부끄러운 친일파들의 모습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에게는 축복이었다’는 망언을 일삼는 일부 인사들의 비뚤어진 모습을 보게 된다”며 “그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입지를 넓히려는 사리사욕에서 온 게 아닌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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