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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군 만행 증언위해 유엔가는 심달연 할머니

등록 2005-03-28 18:56

"빼앗긴 삶 사죄받기 전엔 눈 못감아”

“유엔 인권위에서 일본 국민기금이 엉터리라는 것을 밝히고 일본에 배상을 청구하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심달연(78·대구시 북구 산격동·사진)씨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일제의 만행을 폭로하고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달 4일 출국한다. 또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신혜수 상임대표가 함께 동행해 유엔 인권위에서 공식증언한다. 유엔 인권위는 다음달 5∼6일 여성문제를 논의하는데 이 기간동안 심씨 등은 유엔고등판무관에게 한국민들의 일본 유엔상임이사국 진출반대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국민기금의 문제점과 법적배상 촉구, 강제위안부와 관련된 일제 만행을 폭로할 예정이다.

28일 자신이 거주하는 대구시 북구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만난 심씨는 “내 삶을 앗아간 일본이 원망스러워 얼마전 일본인들에게 당신들의 뼛가루를 갈아 물에 타서주면 마실 정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내 삶은 통째로 일본인들에게 빼앗겼고 그 뒤의 삶은 삶이 아니었다”고 한탄했다.

심씨는 “일본의 침략전쟁이 한창이던 열세살 께 고향인 경북 칠곡에서 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일본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잡혀갔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결국 그는 대만의 위안소까지 끌려갔고 인간으로는 견딜 수 없는 만행을 당했다. 심씨는 그때의 충격으로 귀국해서도 정신이 나간채 이곳 저곳을 떠돌다 동생에게 발견돼 대구에 정착했다. 심씨는 “너무 어린 나이에 몹쓸 짓을 당해 정신이 나간 것 같다”면서 “하지만 끊임없이 덮쳐오던 일본 군인들과 그들의 구타와 칼질에 못이겨 선 채로 오줌을 싸던 일이 어렴풋이 기억 난다”고 말했다.

심씨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준 것은 일본정부가 한국과 대만, 필리핀의 강제위안부들을 위한다며 1995년 7월에 발족시킨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다. 1998년 글을 모르는 심씨에게 브로커로 추정되는 안면있는 사내가 찾아와 주민등록등본과 도장 등을 챙겨간 뒤 심씨는 동료 강제위안부들이 기피하는 이 기금을 수령했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단 한 푼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심씨는 주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국민기금쪽에 사실확인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지난달 14일 일본에 가서야 모든 서류가 접수돼 제시된 통장사본의 계좌로 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기금쪽이 제대로 본인확인도 않고 지급자 불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심씨와 정대협 신대표는 다음달 유엔인권위에서 일본이 “한국, 대만, 필리핀의 피해자 285명에게 돈을 지급했다”며 배상거부의 명분으로 삼는 이 기금이 결국 중간브로커를 낳은 문제투성이의 면피성 기금일 뿐이라는 사실을 폭로할 예정이다.

심씨는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명예회복”이라며 “돈도 필요없고 내가 당한 일에 대해 사죄받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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