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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도그뒤] ‘코 다친’아시아나, 건교부는 홍보대행사?

등록 2007-08-27 21:07수정 2007-08-28 14:28

노즈 레이덤이 찌그러진 아시아나 화물기
노즈 레이덤이 찌그러진 아시아나 화물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785편이 기상 레이더가 모두 고장난 채 인천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11시간 동안 야간 비행했다는 지난 24일 <한겨레> 보도에 대해 해당 항공사가 아닌 건설교통부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그런데 건교부는 이 해명자료의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한겨레>의 요청을 거부하고, 아시아나항공에 근거자료를 요청하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 항공안전지도팀은 지난 24일 <한겨레>에 보도된 ‘아시아나 화물기 아찔한 야간운항’ 기사에 대해 이날 오후 1시49분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해명자료의 내용은 (기상레이더가 고장난 채 11시간 야간 비행을 한) “아시아나 화물기의 운항은 긴급참고교범(퀵 레퍼런스 핸드북)과 최소장비목록(미니멈 이큅먼트 리스트)상 위반사항이 없으며, 다만 이륙직후 고장을 인지했고, 장거리 노선임을 감안할 때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의 해명자료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보도된 당사자는 건교부 항안본부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었다. 따라서 해명자료는 낸다면 아시아나항공이 낼 일이지 건교부가 나설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또 ‘해명자료’란 언론보도에 대해 정정·반론이 필요한 경우에 내는 것인데, 건교부의 해명자료는 <한겨레> 기사의 어떤 내용에 대해서도 정정·반론하지 않은 채로 ‘해명자료’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이런 경우 ‘참고자료’를 내는 게 상례다.

기자는 이런 이상한 점과 관련해 오후 2시께 해명자료를 낸 건교부 항안본부 쪽에 ‘긴급참고교범’과 ‘최소장비목록’의 조항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기자가 취재한 바로는 긴급참고교범엔 해당 조항이 없지만, 최소장비목록과 보잉의 비행조종매뉴얼(플라이트 오퍼레이션스 매뉴얼) 상엔 분명히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양자를 비교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한겨레>가 입수한 최소장비목록엔 이렇게 돼있었다. “낮에 시계비행조건일 때만 기상 레이더가 요구되지 않는다. 그밖의 경우엔 기상 레이더 하나는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 비행조종매뉴얼에는 이렇게 돼있었다. “만약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으면 최소장비목록상의 제한에 따라 운항할 수 있으나, 단거리 비행이어서 보고된 위험한 기상을 피할 수 있는 경우만 가능하다.” 따라서 <한겨레>는 아시아나 785편 화물기가 첫째 두 기상 레이더가 모두 고장난 점, 둘째 야간 비행이었던 점, 셋째 장거리 비행이었던 점 등을 이유로 이 조항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건교부 항안본부의 해명자료는 “항공기 장비 매뉴얼이 비행 전 항공기 장비 등의 고장에 대해 비행 가능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매뉴얼”이라고 해명했다. 맞는 이야기지만, 항공쪽 관계자들의 이야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항공업계 관계자와 항공기 조종사들은 “최소장비목록이 보통 지상에서 적용되지만, 상공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 긴급참고교범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으면 역시 참고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23일 아시아나항공 쪽도 “조종사에 따라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5시께까지 건교부 항안본부에 요청한 자료는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이번엔 전날 주로 취재에 응했던 이광희 항공안전지도팀장이 받았다. 그런데 그의 반응 역시 이례적이었다. (기자는 -, 팀장은 =로 표시한다.)

-해명자료의 근거인 긴급참고교범과 최소장비목록의 조항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안왔다.

=기자가 알려달라고 해서 다 알려줄 이유가 있느냐?

-해명자료를 냈으니까 근거가 있는지 조항을 보자는 것 아니냐?

=그런 건 아시아나에 물어보지 왜 우리한테 물어보냐?

-아시아나가 아니라, 건교부에서 해명자료 냈지 않느냐?

=그러면 지금부터는 아시아나에 물어봐라.

-왜 해명자료는 건교부에서 내놓고 아시아나에 물어보라고 하나?

=그러면 해명자료 취소하면 되지 않느냐

-그러면 지금 해명자료 취소한다는 자료내라

=뚝(전화 끊어지는 소리)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어진 뒤 이 팀장의 말대로 아시아나항공 홍보팀에 전화해서 “건교부 이 팀장이 해명자료 근거를 아시아나에 물어보라는데, 아시아나가 해명자료를 작성했거나 해명자료를 내달라고 요청했냐”고 물었다. 아시아나 홍보팀은 “아시아나항공은 건교부에 해명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으며, 좋지 않은 이번 일에 대해 다시 거론하고 싶지 않다. 이번 일에 대해 왜 건교부에서 해명자료를 냈는지 모르겠고, 우리가 해명자료 근거를 제시할 이유도 없다”고 펄쩍 뛰었다.

잠시 뒤 오후 5시24분 건교부 박 주무관이 보잉의 긴급참고교범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승무원이 늘 가장 가까운 적절한 공항에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다. 이 상황은 다음을 포함하며 다음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1.…(중략)… 4. 비행을 계속하면 안전에 중대한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승무원이 판단하는 상황…”

건교부가 스스로 보내온 이 자료의 조항을 적용하면 조종사는 가까운 공항에 착륙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종사의 긴급참고교범 위반이 없었다는 건교부의 해명과 보내온 자료는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인 27일 오후 이번엔 정상호 항공안전본부장에게 전화해서 “이 팀장이 해명자료에 대해 아시아나에 문의하라며, 보도자료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는데, 아직 보도자료가 취소되지 않았다. 언제 취소하냐”고 문의했다. 그랬더니 정 본부장은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잠시 뒤 관련 자료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홍보팀에서 <한겨레> 기사에 관심이 있어서 자료를 낸 것 같다. 당시 바람직한 것은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회항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은 조종사의 재량이다. 물론 그것이 타당했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조종사가 재량으로 회항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조종사의 재량권이란 것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노즈 레이덤이 떨어져나간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의 경우처럼 조종사가 항공기를 몰고 소낙비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재량권을 인정해야 할 것인가? 이번 취재 과정에서 한 조종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조종사는 11시간 동안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어둠 속을 운항한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두어가지 궁금한 점이 남는다. 아시아아나항공 조종사의 무모한 운항을 지적한 <한겨레> 기사에 대해 당사자도 아닌 건교부 항공안전본부는 왜 해명자료를 냈을까? 왜 건교부는 이 조종사가 긴급참고교범과 최소장비목록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것일까? 조종사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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