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교원 지위 확보” 대학강사들의 외침

등록 2007-10-25 21:22수정 2018-05-11 16:24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국회 교육위원회 통합신당 간사 유기홍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대학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라’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A href="mailto:recrom295@news.hani.co.kr">recrom295@news.hani.co.kr</A>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국회 교육위원회 통합신당 간사 유기홍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대학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라’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시간강사 500명 인건비 1년 40억 쓰고
교수 명절떡값 10억 뿌리는 몰상식 깨야
9월7일부터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교수노조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가을바람에 천막 자락이 파르르 흔들렸고, 펼침막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학은 돈벌이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교육하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 대학은 ‘돈벌이’에만 열심이고, 대학생들은 오로지 ‘돈벌이 준비’에만 열심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이 말은 오늘 대학에도 적용될 듯하다. 과거 대학이 ‘우골탑’이었다면 오늘 대학은 ‘기업탑’, ‘맘몬의 탑’이라 할 만한데,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유령들이 있다.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한 뒤에도 노예 상태에 머물고 있는 대학의 시간강사들이다. 전국적으로 모두 6만명에 이르는 대학강사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 몰상식의 종합 세트다.

대학강사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총 강의의 40% 이상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점을 주지만 교원 자격이 없다. 대학강사를 일용잡급직으로 만든 박정희 정권시대의 유물인데, 대학강사가 교원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모두 무자격 대학 졸업자다. 이렇게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는 오래 전, 지식인들부터 적용됐다. 보통 비정규직은 해고 통지라도 받지만 시간강사는 조교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으면 그게 해고다. 그나마 절반의 임금이라도 받는 보통 비정규직과 달리 정규 교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어느 사립대학은 명절을 맞아 600여 정규 교원에게 떡값으로 10억원을 썼는데, 그 해 1년 동안 500여명 시간강사들에게 지급한 게 40억원이었다. 강사는 1년에 그저 ‘떡 5개 값’을 받은 셈이다. 연구실도 없고 4대 보험도 없고 근로계약서도 없고 방학 동안에는 당연히 임금이 없고 10년 이상 강의해도 퇴직금도 없고 위로금도 없다. 이렇게 지식인들 대다수를 최저 생존조건에 허덕이게 하면서 굴종을 강요하는 나라에서 학문의 경쟁력이 생길 리 없다. 이 입 저 입이 때마다 떠들어대는 ‘지식기반사회’라는 말이 무색할 뿐이다.

“교원 지위 확보” 대학강사들의 외침

[%%TAGSTORY1%%]

몰상식을 넘은 야만적 현실의 일차적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교육부에 있다. 2004년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고도 뻔뻔할 정도로 직무를 유기하고 있고, 지난 8월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엔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대학의 전임률을 높여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말씀만 한다. 대학강사 착취구조에 교육부 관료와 대학의 공조공생관계가 한 축을 이루지 않는다면, 교육부 관료의 무능함과 무책임성은 더 커질 뿐이다. 노회한 노동부도 한 몫 거들었다. 지난 3월 대법원이 “대학 시간강사는 근로자”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서 ‘박사학위를 가진 시간강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시키는 민첩한 대응을 한 것이다.

작은 희망의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다. 민주노동당(최순영), 대통합민주신당(이상민), 한나라당(이주호)은 각기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의 법적 지위를 주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김동애 비정규교수노조 특별대책위원장이 국회 교육위원회 통합신당 간사 유기홍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농성하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등의 일을 겪은 뒤, 지난 12일 마침내 법안은 교육위에 상정되었다.

언뜻 주요 3당이 대학강사에게 교원 자격을 준다는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니 통과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통합신당에서도 한나라당에서도 찾기 어렵다. 정치자금과 연계된 막강한 로비가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비정규교수노조가 국회 앞 농성과 별도로 권철현 의원(교육위원장), 임해규 의원(교육위 한나라당 간사), 유기홍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은 그들에게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다.

왜였을까? 천막에서 만난 김동애 비정규교수노조 대책위원장이나 임순광 경북대분회장, 김영곤 조합원의 얼굴에서는 비장함보다는 차라리 안간힘이 느껴졌다. 이번 국회가 끝나기 전에, 그래서 다음 총선 이후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때까지 기다리기 전에 교원의 법적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는 그 안간힘에 대한 연대의 손길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 나올까?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영상 이규호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대통령 관저 앞 ‘수갑 쥔’ 시민들…“내란 수괴 윤석열 당장 나와라” 1.

대통령 관저 앞 ‘수갑 쥔’ 시민들…“내란 수괴 윤석열 당장 나와라”

광화문서 또다시 울려 퍼진 ‘다만세’…“민주주의 지켜주세요” 2.

광화문서 또다시 울려 퍼진 ‘다만세’…“민주주의 지켜주세요”

‘윤 수사’ 뺏긴 검찰의 뒤끝?…국수본·국방부 압수수색 왜 했나 [뉴스AS] 3.

‘윤 수사’ 뺏긴 검찰의 뒤끝?…국수본·국방부 압수수색 왜 했나 [뉴스AS]

헌재, 이진숙 탄핵심판 변론 내년 1월로 연기…“9인 체제로 결론” 4.

헌재, 이진숙 탄핵심판 변론 내년 1월로 연기…“9인 체제로 결론”

“닥쳐라” 김용원이 또…기자 퇴장시킨 뒤 인권위원에 막말 5.

“닥쳐라” 김용원이 또…기자 퇴장시킨 뒤 인권위원에 막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