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도입 서명운동 시작…삼성, 김용철 변호사 명예훼손 고소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참여연대 등은 13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삼성 비자금 진상 규명을 위한 종교인·시민단체 연석회의’를 열어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불법 재산 승계 및 비자금 조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적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부터 특별검사제 도입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17일을 이 회장 일가의 불법 재산 승계 및 비자금 조성에 대한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행동의 날’로 정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후 검찰의 올바른 수사 착수를 기대했으나, 검찰은 지휘라인 교체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혀 국민의 기대를 져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백승헌 민변 회장, 조돈문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의장,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으로부터 ‘떡값’ 명목의 금품을 받은 검사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갖고 있다”며 “자료들을 공개할 수도 있지만, 공개 여부는 검찰 수사 진행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는 이날 삼성 비자금 의혹사건 고발인 조사를 위해 참여연대 쪽에 출석요청을 했으나 참여연대가 출석을 거부했다.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내어 “삼성그룹의 금품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을 수사지휘라인에서 배제하는 등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조처가 취해지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다”며 “검찰이 이런 불신을 받는 조건을 최소한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고발인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직을 관리한 삼성 쪽 인물로 지목된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과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은 이날 김용철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전 사장은 부산고 후배인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를 관리했고, 제 사장은 고향 후배인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을 관리했다고 사제단은 밝힌 바 있다. 고소장을 접수한 삼성 법무실의 김수목 변호사는 “고소장은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김지은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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