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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국동포들도 기름제거 구슬땀…“니하오! 태안”

등록 2007-12-30 20:27

지난 29일 오전 박명신(54·왼쪽)씨 등 중국 동포들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서 갯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지난 29일 오전 박명신(54·왼쪽)씨 등 중국 동포들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서 갯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부모 나라 돕는건 당연”
바닷바람을 타고 눈이 거칠게 휘날리던 지난 29일 오전 11시께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해안. 갯바위에 달라붙은 시커먼 기름을 닦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니 하오!”(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방제작업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서울에서 내려온 9명의 중국 동포들이었다.

2년 전 한국에 들어와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는 남희옥(44)씨는 “이웃들이 많이들 다녀왔다고 해서 한번 오려고 했는데, 마침 동포신문에 난 자원봉사 모집 광고를 보고 모여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찬 바람에 볼이 벌개지고 머리칼이 눈발에 젖어들었지만,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중국 음식점을 하는 이림빈(37)씨는 “기름 유출 사고는 나라의 재앙”이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에서 큰 사고가 났으니, 이렇게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조금 느릿하게 기름을 닦아내던 김학룡(57)씨는 마스크를 벗자 가쁜 숨을 내쉬었다. 2000년 한국에 와 건축 현장에서 일하다 2년 뒤부터 심장 질환을 앓았다. 김씨는 “당시 치료비를 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도와줘 2천만원이 든 심장 수술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로 두번째 태안을 찾은 김씨는 “그때 받은 도움을 갚기 위해 살아있는 한 사회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0일 태안에 왔을 때 몸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 계속 태안을 찾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따라 온 이서영(12)양은 기름을 둘러 쓴 게들을 보고 연신 안타까워했다. 이양은 “태안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다 똑같은 모습”이라며 “외국인이라고 놀림받지 않고, 하나가 된 느낌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께 바람이 매섭고 눈발이 더 굵어져 작업이 어려워졌다. 아쉬운 표정으로 철수 준비를 하던 중국 동포들 가운데 누군가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너무들 아쉬워하지 맙시다.”

태안/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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