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무료병원’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가복지병원에서 17일 낮 자원봉사자들이 입원한 노인을 목욕시키려 준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소외계층 무료진료 18년 ‘성가복지병원’
무의탁·노숙인·이주노동자…병든 이들의 ‘마지막 대피소’
“급여 다른곳 반도 안되는데 젊은 의사들이 오겠어요?” 기묘한 느낌이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무료병원’,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성가복지병원’을 찾아가는 지하철 안,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불현듯 19세기 소설 속 현장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리 그려본 병원장 수녀님의 잔잔함이 내 편협한 독서 내용과 만난 탓일까. 성가복지병원은 서울 성가소비녀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1990년 7월부터 무료병원으로 전환했다. 돈 있거나 의지할 데 있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 극빈자, 무의무탁자, 노숙인을 치료하고 이주노동자와 에이즈 환자를 받아들인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료하고 간호하여 인간성을 회복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말기 암 환자들에게는 호스피스 간호를 통하여 고통을 줄여주고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가지고 남은 생을 의미 있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장기요양환자와 중환자를 위한 병동, 단기치료병동, 호시피스병동의 세 병동에 모두 100개의 병상이 있다. 수녀 20여명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영양사 등 70명이 일하는 병원의 운영에 국가 도움은 없고, 운영비 100%를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박영란 안보로시오 원장 수녀는 의사 충원의 어려움을 밝혔다. 상근 의사는 내과와 외과의 각 한 명씩 둘 뿐인데 65살 정년을 앞둔 동갑이다. “우리야 아이들도 다 컸고 …하지만 젊은 의사들은 아무래도 ….” 다른 데에 견줘 절반도 안 되는 급여인데 젊은 의사가 오겠느냐는 것이다. 의료진만 부족한 게 아니다. 무료병원이니 모든 게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18년 동안 채워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눔과 봉사다. 의료지원봉사, 사무봉사, 환자목욕봉사, 청소봉사, 호스피스봉사, 빨래봉사에 이르기까지 실제 병원 일의 대부분이 2천여명의 봉사로 이뤄진다. 5년째 목욕봉사를 하는 방희숙씨는 환자들의 대소변을 처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을 목욕시키면서 정작 자신의 부모님을 목욕시키기 어려운 이유에 관해 의견을 나눈 유초순씨와 강정임씨, 그리고 주방봉사를 하는 윤의선씨는 자원봉사 활동이 인생 공부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 병원에서 4년 동안 일하고 있는 송현숙 간호사는 환자들이 처음에 마음을 열지 않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결손 가정과 가난의 대물림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수녀의 견해도 같았다. 가난으로 가정이 파탄나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 …, 그래서 나누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가난함과 가난한 자를 사랑하라.” 병원 식당 벽에 붙어있는 가르침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눔은 나의 일부를 떼어내주는 것이지 나에게 넘치는 것을 주는 게 아닐 것이다. 나에게 넘치는 것이란 애당초 없으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아픈 몸을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따뜻한 품, 병원의 문을 나서자 찬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 다시 돌아오곤 한다는 노숙인들도 병원 문을 나설 때마다 사회의 찬바람을 느끼지 않았을까?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급여 다른곳 반도 안되는데 젊은 의사들이 오겠어요?” 기묘한 느낌이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무료병원’,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성가복지병원’을 찾아가는 지하철 안,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불현듯 19세기 소설 속 현장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리 그려본 병원장 수녀님의 잔잔함이 내 편협한 독서 내용과 만난 탓일까. 성가복지병원은 서울 성가소비녀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1990년 7월부터 무료병원으로 전환했다. 돈 있거나 의지할 데 있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 극빈자, 무의무탁자, 노숙인을 치료하고 이주노동자와 에이즈 환자를 받아들인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료하고 간호하여 인간성을 회복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말기 암 환자들에게는 호스피스 간호를 통하여 고통을 줄여주고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가지고 남은 생을 의미 있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장기요양환자와 중환자를 위한 병동, 단기치료병동, 호시피스병동의 세 병동에 모두 100개의 병상이 있다. 수녀 20여명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영양사 등 70명이 일하는 병원의 운영에 국가 도움은 없고, 운영비 100%를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박영란 안보로시오 원장 수녀는 의사 충원의 어려움을 밝혔다. 상근 의사는 내과와 외과의 각 한 명씩 둘 뿐인데 65살 정년을 앞둔 동갑이다. “우리야 아이들도 다 컸고 …하지만 젊은 의사들은 아무래도 ….” 다른 데에 견줘 절반도 안 되는 급여인데 젊은 의사가 오겠느냐는 것이다. 의료진만 부족한 게 아니다. 무료병원이니 모든 게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18년 동안 채워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눔과 봉사다. 의료지원봉사, 사무봉사, 환자목욕봉사, 청소봉사, 호스피스봉사, 빨래봉사에 이르기까지 실제 병원 일의 대부분이 2천여명의 봉사로 이뤄진다. 5년째 목욕봉사를 하는 방희숙씨는 환자들의 대소변을 처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을 목욕시키면서 정작 자신의 부모님을 목욕시키기 어려운 이유에 관해 의견을 나눈 유초순씨와 강정임씨, 그리고 주방봉사를 하는 윤의선씨는 자원봉사 활동이 인생 공부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 병원에서 4년 동안 일하고 있는 송현숙 간호사는 환자들이 처음에 마음을 열지 않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결손 가정과 가난의 대물림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수녀의 견해도 같았다. 가난으로 가정이 파탄나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 …, 그래서 나누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가난함과 가난한 자를 사랑하라.” 병원 식당 벽에 붙어있는 가르침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눔은 나의 일부를 떼어내주는 것이지 나에게 넘치는 것을 주는 게 아닐 것이다. 나에게 넘치는 것이란 애당초 없으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아픈 몸을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따뜻한 품, 병원의 문을 나서자 찬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 다시 돌아오곤 한다는 노숙인들도 병원 문을 나설 때마다 사회의 찬바람을 느끼지 않았을까?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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