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조속한 특별법 제정·삼성 무한책임 촉구대회’에 참석한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 주민들이 보상에 미온적인 삼성을 규탄하며 죽은 수산물을 내던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700여명 서울역앞서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
삼성본관 경찰저지 뚫은 100명 “이건희 사죄하라”
삼성본관 경찰저지 뚫은 100명 “이건희 사죄하라”


집회 참가를 위해 이날 새벽 5시30분께 집을 나섰다는 김연복(56·태안군 근흥면)씨는 “기름이 유출된 뒤 수입이 하나도 없어 죽지 못해 산다”며 “정부도 삼성도 책임지겠다는 쪽이 없으니 많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개펄에서 조개와 굴을 캐 생계를 유지했던 이문구(41·태안군 소원면)씨는 “사람 죽여놓고 47일 만에 미안하다고 말만 하고 보상도 안 하는 것은 사과도 아니다”라고 삼성 쪽을 비난했다. 김진묵 태안유류피해 대책위원장은 “삼성과 삼성에 물먹은 검찰을 고발하기 위해 모였다”며 “삼성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이건희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행복한 눈물> 등 고가 미술품을 팔아 태안군민이 흘리고 있는 고통의 눈물을 닦아줄 용의는 없는가”라며 “삼성이 그토록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떠들면서 왜 유독 이번 사고와 관련한 사회적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하는가?”라고 물었다. 서울역 집회 뒤 주민들은 태평로 삼성 본관까지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은 전경 50개 중대 4천여명을 동원해 막았다.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주민 대표 100여명만 오후 3시께 남대문을 거쳐 삼성 본관 앞까지 행진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은 태안 군민에게 백배사죄하고 아름다웠던 태안을 살리는 데 협력하라”며 삼성 본관 앞 계단에 김과 우럭 등 수산물을 뿌렸다. 주민들의 항의 서한을 전달받은 정원태 삼성중공업 상무는 “죄송하다.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주민들은 오전 10시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각당 의원들을 만나, 피해액을 정부가 우선 주민들에게 지급하고 배상한도인 3천억원을 넘는 피해액도 모두 배상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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