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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당장 병원갈 돈 없는데…‘치료비 사후지급’이라니

등록 2008-01-27 19:57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중국인 우건청씨가 27일 오전 서울 가리봉동 이주여성상담소에서 김석현 한양대 의대 교수와 개인면담을 하고 있다. 이주여성상담소 제공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중국인 우건청씨가 27일 오전 서울 가리봉동 이주여성상담소에서 김석현 한양대 의대 교수와 개인면담을 하고 있다. 이주여성상담소 제공
‘여수 화재참사 1년’ 생존자들 두번 고통
‘외상후 장애’ 재입국한 14명
정부 비현실적 조치 ‘분통’
“각서 써주고 내쫓더니만… 체류비도 안줘 끼니 걱정”

“후유장애가 인정되면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각서까지 써주고 내쫓더니만 ….”

지난해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재중동포 신현호(57)씨가 밭은 기침 속에 말을 이었다. 신씨는 같은 방 동료를 포함해 모두 10명이 숨진 사고 현장에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덕에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폐에 유독가스가 들어가 화상을 입었던 신씨는 1년 가까이 지나도록 두통에 시달리고 아직도 기침에선 검은 가래가 나온다. 화재 당시 305호에 있던 중국인 루보(44)씨도 우울증과 호흡곤란 등을 겪고 있다. 그는 “화재 때 들이마신 연기 때문에 기관지가 크게 상했다”며 “이천 화재 참사 때의 참상이 되살아나 약을 먹어야 겨우 잠든다”고 말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참사 때 다친 16명 가운데 14명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신씨 등 10명은 정부의 무성의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우건청(49)씨는 “지난해 배상금으로 받은 1천만원은 빚을 갚고 중국에서 치료를 받는 데 전부 썼다”며 “더 이상 중국에서 치료가 어려워 한국을 찾았지만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이들에게 ‘후유장애 진단을 받으면 재입국해 최대 3년 동안 머물 수 있고 치료비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믿고 돌아온 부상자들은 ‘치료비 사후 지급’ 방침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조처 탓에 애를 먹고 있다. 안현숙(49) 이주여성상담소장은 “법무부에 전담 직원이 없어 부상자 대부분이 병원 섭외와 치료비 청구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몰라 치료를 지속적으로 못 받고 있다”며 “특히 체류비와 귀국 항공료가 전혀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치료비를 치료 뒤에 지급하는 것은 굶으면서 치료를 받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보통 일주일에 한 차례 치료를 받으면서 이들이 내는 치료비는 5만원이다. 2주에 5만원 가량 부담하는 약값을 포함하면, 한달에 30만~40만원 가량 드는 셈이다. 중국인 리궈허우(44)씨는 지난해 8월 한국에 들어온 뒤 돈이 없어 12월부터 약을 먹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리씨는 우울증과 불면증, 호흡곤란, 손발떨림 증상이 더 악화됐다.


이에 대해 임진택 법무부 조사집행과 사무관은 “일부 병원은 무료로 진료를 하고 나중에 우리에게 치료비를 청구하고 있지만, 서울지역 병원은 협조가 안 돼 부상자들이 우선 치료비를 부담해야 된다”며 “앞으로 해당 병원과 협조해 부상자들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한 병원의 원무과 직원은 “법무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협조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협조 요청이 오면 진료 뒤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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