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밤 국보 제1호인 숭례문(남대문)에서 불이 나 누각 2층 일부가 탔다. 경찰은 불이 나기 직전 한 남자가 숭례문 안으로 들어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 부근에서 용의자 한명을 붙잡아 조사를 벌였다.
불은 이날 저녁 8시5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29 숭례문 2층 누각 천장에서 시작해 2층 일부를 태운 뒤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진화됐다. 불길이 잡힌 뒤에도 하얀색 연기가 누각 2층 전체에서 피어오르는 등 불씨가 쉽사리 꺼지지 않자, 소방당국은 문화재청의 자문을 거쳐 2층 누각 가운데 서쪽 기와 일부를 뜯어내고 잔불 진화 작업을 벌였다.
택시기사 이상권(45)씨는 “숭례문 맞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 한 남자가 숭례문 가운데 홍예(무지개형으로 뚫린 곳)로 들어가는 걸 봤다”며 “얼마 뒤 2층 누각 가운데 부분에서 불꽃이 일었다”고 말했다. 이 남자는 불이 난 뒤 남산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이씨는 전했다.
경찰은 이씨 등의 신고를 받고 숭례문 근처 남대문 시장에서 방화 용의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한 한명을 붙잡아 조사를 벌였다.
앞서 경찰은 불이 남대문경찰서 교통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목격돼 지령실을 거쳐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불을 끄기 위해 소방차 28대와 소방대원 88명이 출동했고, 근처 교통이 일부 통제됐다.
숭례문은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태조 7년(1398)에 완성됐고 현재의 건물은 세종 29년(1447)에 고쳐 지은 것이다. 서울의 남쪽 관악산이 북쪽의 북한산보다 높고 불꽃 모양이어서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숭례문의 현판을 세로로 붙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현준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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