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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2명 시민 배심원단 ‘사법제도 새역사’ 쓰다

등록 2008-02-12 20:49수정 2008-02-13 09:00

처음으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뽑힌 시민들이 1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 진행에 대한 재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처음으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뽑힌 시민들이 1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 진행에 대한 재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내 첫 국민참여재판…시종 팽팽한 긴장감
국민참여재판이 국내 사법 사상 처음으로 12일 대구지방법원 11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된 사건은 피고인 이아무개(27)씨가 지난해 12월26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정아무개(70)씨 집에 들어가 돈을 빼앗으려 한 혐의(강도상해)로 구속 기소된 사건이었다. 이씨는 돈을 빼앗기 위해 정씨를 주먹으로 때렸으나 정씨가 피를 많이 흘리자,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87명중 회사원·주부·일용직 등 남녀 6명씩 선정
검사·변호인, 어려운 법용어 알기 쉽게 설명 힘써
재판부, 배심원단 평결대로 피고인에 집유 선고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윤종구)는 이날 오전 230명의 배심원 후보예정자 가운데 법원에 출석한 87명을 대상으로 추첨과 기피신청 절차 등을 거쳐 12명(배심원 9명, 예비배심원 3명)의 배심원단을 최종 확정한 뒤 재판을 진행했다. 배심원단에는 회사원, 공사 직원, 주부, 일용직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의 20~40대 남성과 여성이 각각 6명씩 포함됐다.

공판 시작 때 윤종구 재판장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배심원단의 평결이 법률적으로 어긋나지 않는다면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배심원들에게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장과 검사, 변호인은 어려운 재판 진행 과정이나 법률 용어를 배심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최창민 검사는 공소사실을 밝히기에 앞서 배심원을 향해 “공소사실은 재판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고, 재판장은 전정호 변호사를 소개하면서 “국선변호인은 국가가 선임한 변호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사와 변호인은 배심원들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의식해 배심원들에게 언급되는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빠뜨리지 않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피고인이 강도상해를 저질렀다는 데는 다툼이 없었지만,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은 치열했다. 전 변호사가 이씨가 자수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자수는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자, 최 검사는 “강도상해에서 돈을 빼앗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증인 신문 때는 윤중기 검사가 범죄 당시 피고인이 사용한 칼을 꺼내서 배심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에게 당시 정황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자, 전 변호사는 “유도심문”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씨의 여동생(25)은 이날 젖먹이를 안고 증인으로 나와 “오빠가 사채에 시달리다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배심원들을 향해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 쪽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만든 자료 화면을 미리 준비해 배심원들이 공소사실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장은 검사와 변호인이 요약한 사건을 쟁점별로 정리해 배심원들에게 이날 심리에서 비중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을 조목조목 짚어줬다. 재판장이 배심원단에게 몇 차례 질문할 기회를 줬지만, 배심원들은 다소 긴장한 듯 따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배심원단은 평의를 거쳐 피고인의 강도상해죄는 인정하지만, 변호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자수를 한 사실을 인정해 만장일치로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또 다수 의견으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평결해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했다.

영하 3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한국 사법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첫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대학생과 시민 등 방청객들이 오전 일찍부터 법정 앞에서 공판을 기다렸고, 내년부터 배심제를 도입할 예정인 일본은 검사 1명을 파견해 공판을 참관하게 했다. 국내 신문과 방송을 비롯해 <엔에이치케이>(NHK), <하사히신문>, <후지 티브이> 등 일본 언론뿐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즈> 기자도 공판 과정을 취재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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