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집은 달라~” 보육시설 재롱잔치에 ‘웃음’ 대신 ‘딱해라~’
의상비 장소대여료 별도요구에 일부 부모는 “경제적으로 부담”
의상비 장소대여료 별도요구에 일부 부모는 “경제적으로 부담”
#1. 다섯살 난 딸아이를 둔 학무모 ㅈ아무개씨는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보낸 재롱잔치 관련 가정통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의상대여료 4만5천원과 동영상비디오 제작료 2만5천원을 보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르치느라고 고생한 선생님들한테 감사인사를 하라”, “간식 협찬을 받는다” 등 노골적으로 선물과 협찬을 요구하는 문구도 있었다. ㅈ씨는 “‘개인의 동영상 촬영을 금지한다’는 문구도 있어 화가 났다. 무조건 돈내고 동영상 제작하라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 9살 난 딸을 둔 ㅅ아무개씨도 2004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재롱잔치 안내문에 따라 의상 3~4벌 입는데 3만~4만원, 비디오 촬영까지 해서 훌쩍 5만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ㅅ씨는 “몇 해 전이었지만, 많은 돈을 냈던 기억이 있다”며 “특히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부모들에게 5만~6만원은 부담이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유치원 재롱잔치에 대한 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의 ‘재롱잔치’가 아니라 어린이집을 홍보하기 위한 ‘돈잔치’라고 비판한다. 재롱잔치 때 학부모들이 내는 돈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대개 의상 대여료(한벌당 1만원 안팎), 비디오 촬영료(2만~3만원선)는 필수항목에 포함돼 학부모 평균 5만~6만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어린이집은 추가로 무대 및 재료비·간식비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만약 외부의 장소를 빌려 재롱잔치를 열 경우, 장소 대관료도 추가로 내야 한다.
“재롱잔치 때문에 등골이 휜다”는 불만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기초생활수급 가구, 한부모 가정, 조부모 등에 위탁된 아이 등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ㅈ씨는 “한달 20만~30만여원에 이르는 보육료 안에 기본적인 원비 외에 재료비·부식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학·연휴 등으로 적립되는 원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돈을 걷어 재롱잔치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의상비·장소 대여비에 일부 학부모들 ‘부담 커’
인터넷에서도 관련 불만 글이 여럿이다. ‘jusua3’은 “작년에 재롱잔치 의상비로 4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4만8천원으로 올랐다”며 “어린이집에서 이 비용으로 이윤을 꾀하는 건 아닌지, 재롱잔치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난초향기’는 “5세반 아이의 의상대여료로 5만원을 보내라는 안내문을 받았다”며 “내역에 의상, 무대장식, 대여료, 장소 대관, 난방비, 작품전시 준비 비용이라고 쓰여 있는데, 어린 아이들 재롱잔치치고는 많은 돈 아니냐”고 불평했다. 이는 보육시설들의 경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육시설들의 학예회 등이 관례화되면서, 화려한 재롱잔치를 열어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큰 장소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아이들이 절도있는 동작을 보여줘야’ “어린이집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백석의 공연장인 구청이나 문화(예술)회관이 아이들 재롱잔치용으로 대관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양천구민회관의 경우 지난해 연말부터 올 3월까지 거의 날마다 어린이집을 포함한 보육시설 학예발표용으로 대관되고 있다. 구민회관 관계자는 “해바라기홀(290)과 다목적회관(644석)이 어린이집 학예발표회 장소로 대관된다”며 “음향·조명·난방을 포함한 대관료가 20만~30만원 수준이지만, 인기가 높아 올 2~3월 대관도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쪽 “학부모들 요구 다양해 어떻게 해도 일부 부모들은 불만”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재롱잔치 무용론’도 등장했다. <네이버> 육아전문 카페 ‘파란색 풍선의 꿈’에 글을 올린 ‘이쁜혜원’은 “의상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공연이 끝나니 밤 10시여서, 연습하느라 고생한 애들이 딱했다”며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왕건이’도 “한달 내내 연습하고, 아이들 녹초가 되어 집에 오는 것도 싫고, 추운 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공연하는 것도 싫다”며 “재롱잔치 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이런 ‘재롱잔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어린이집은 별도의 비용을 걷지 않고,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의상과 소품, 간단한 다과 등으로 아이들이 만든 작품 전시 위주로 소박하게 행사를 치른다. 4살난 딸을 둔 ㄱ아무개씨는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한다고 해서 갔더니, 간단한 다과와 함께 1년 동안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었다”며 “자식의 노래와 율동을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롱잔치를 준비하면서 무리한 연습으로 오히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는 말도 들었다”며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어린이집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어린이집연합회 이현주 총무는 “재롱잔치 규모 등은 학부모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진행하는 게 관례지만, 부모들의 요구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재롱잔치 폐지 움직임도 있고, 어떤 어린이집에서는 흰티에 청바지를 입고 재롱잔치를 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일부 부모들은 불만을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인터넷에서도 관련 불만 글이 여럿이다. ‘jusua3’은 “작년에 재롱잔치 의상비로 4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4만8천원으로 올랐다”며 “어린이집에서 이 비용으로 이윤을 꾀하는 건 아닌지, 재롱잔치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난초향기’는 “5세반 아이의 의상대여료로 5만원을 보내라는 안내문을 받았다”며 “내역에 의상, 무대장식, 대여료, 장소 대관, 난방비, 작품전시 준비 비용이라고 쓰여 있는데, 어린 아이들 재롱잔치치고는 많은 돈 아니냐”고 불평했다. 이는 보육시설들의 경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육시설들의 학예회 등이 관례화되면서, 화려한 재롱잔치를 열어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큰 장소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아이들이 절도있는 동작을 보여줘야’ “어린이집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백석의 공연장인 구청이나 문화(예술)회관이 아이들 재롱잔치용으로 대관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양천구민회관의 경우 지난해 연말부터 올 3월까지 거의 날마다 어린이집을 포함한 보육시설 학예발표용으로 대관되고 있다. 구민회관 관계자는 “해바라기홀(290)과 다목적회관(644석)이 어린이집 학예발표회 장소로 대관된다”며 “음향·조명·난방을 포함한 대관료가 20만~30만원 수준이지만, 인기가 높아 올 2~3월 대관도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쪽 “학부모들 요구 다양해 어떻게 해도 일부 부모들은 불만”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재롱잔치 무용론’도 등장했다. <네이버> 육아전문 카페 ‘파란색 풍선의 꿈’에 글을 올린 ‘이쁜혜원’은 “의상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공연이 끝나니 밤 10시여서, 연습하느라 고생한 애들이 딱했다”며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왕건이’도 “한달 내내 연습하고, 아이들 녹초가 되어 집에 오는 것도 싫고, 추운 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공연하는 것도 싫다”며 “재롱잔치 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이런 ‘재롱잔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어린이집은 별도의 비용을 걷지 않고,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의상과 소품, 간단한 다과 등으로 아이들이 만든 작품 전시 위주로 소박하게 행사를 치른다. 4살난 딸을 둔 ㄱ아무개씨는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한다고 해서 갔더니, 간단한 다과와 함께 1년 동안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었다”며 “자식의 노래와 율동을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롱잔치를 준비하면서 무리한 연습으로 오히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는 말도 들었다”며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어린이집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어린이집연합회 이현주 총무는 “재롱잔치 규모 등은 학부모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진행하는 게 관례지만, 부모들의 요구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재롱잔치 폐지 움직임도 있고, 어떤 어린이집에서는 흰티에 청바지를 입고 재롱잔치를 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일부 부모들은 불만을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