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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대운하, 하늘의 뜻 거스르는 짓…걸음마다 생명·평화 염원담아

등록 2008-02-21 21:10수정 2018-05-11 16:24

경부운하 건설 반대를 내걸고 ‘종교인 생명평화순례 100일’에 나선 종교환경회의 소속 종교인들이 순례 10일째인 21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하면 남한강 주변을 걷고 있다. 양평/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경부운하 건설 반대를 내걸고 ‘종교인 생명평화순례 100일’에 나선 종교환경회의 소속 종교인들이 순례 10일째인 21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하면 남한강 주변을 걷고 있다. 양평/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생명의 강 모시기’ 100일 도보순례
대운하, 하늘의 뜻 거스르는 짓…걸음마다 생명·평화 염원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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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었다.

스님, 목사, 신부, 수녀, 그리고 두물머리에서 온 초등학생들과 주민들, 시민들, 시인, 환경운동가, 문화예술인, 신혼부부가 함께 걸었다. 뜻은 하나다. 강을 살려야 한다. 왼쪽으로 언 강이 하얗게 보이기도 했다. 사람이 사람의 길을 찾지 않아서일까, 사람의 길은 자동차길에 밀려나 있었고, 한 줄로 선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들에 간혹 손을 흔들 뿐 말은 아꼈다. 팔당댐 때문에 강 따라 걷기가 어려워 자동차길을 빌리거나 소로와 논길을 걷기도 했다. 걸음 하나마다 생명과 평화의 염원을 담아.

개신교, 불교, 가톨릭, 원불교, 네 종단의 10여명 성직자들이 앞장섰다.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100일 동안의 일정. 막바지 추위가 유난했던 지난 12일, 임진강과 한강의 저 편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한강 하구인 김포 애기봉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한강과 낙동강을 따라 부산까지 걸은 뒤, 다시 목포에서 출발하여 영산강과 금강을 찾는다. 강 따라 길을 걸으며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개발주의, 성장주의를 되돌아보면서 생명의 강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초등학생·시민·예술인 등 참여…스님·목사·신부·수녀도 한마음

모든 이의 발걸음이 하나이듯, 종교는 달라도 성직자들의 뜻과 마음은 하나다. 대운하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역천(逆天)’이다. 대운하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고 하신 그 세상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이며, 김정호가 대동여지도 발문에 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을 거스르는 일이다. 금수강산은 생체실험용 쥐가 아니다. 백두대간의 몸통을 자르는 한반도 대운하가 죽음의 장례행렬이 누대에 걸쳐 끊임없이 흐르는 ‘한반도 대운구(大運柩)’가 될 것 같아 무섭고 두렵다.

대운하가 빚을 재앙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성직자들의 뜻이 경제지상주의에 갇힌 위정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 천혜의 연안 습지를 파괴한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반성적 성찰도 부족한 터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라는 유혹이 해당 지역의 땅값 상승 유혹과 만나 결국 밀어붙이지 않을런지. 사람은 본디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때 훨씬 더 열성적이다. 더욱이 물신주의가 판치는 한국사회에서라면.

“태어날 아기에게 미안할 것 같아서요.”

결혼식 이튿날 신랑 봉문수씨와 함께 순례단에 참여한 신부 여은영씨의 말이다. 이 땅은 우리 것이 아니라 우리 자손에게서 빌린 것이다.

대운하 구상이 발표되면서 이미 주변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도보 순례단은 해당 지역 주민들한테서 환영받기 어렵다. 도보순례단은 많은 분들이 동참하길 바란다. 홍보팀장을 맡은 명호씨는 처지에 따른 찬반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이라면 대운하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알아야 하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순례 일정과 지역, 도보순례 참가에 대한 안내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누리집(saveriver.org)에 소개돼 있다. 종교환경회의 상황실(02-720 1654), 도보순례 진행팀(010-9116-8089)에 문의해도 된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영상 이규호 피디 pd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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