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그림구매’ 조사…미술품 통관 내역 입수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비자금으로 값비싼 그림을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63)씨를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특검팀 관계자는 22일 “그림을 거래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그림을 산 의혹을 받고 있는 홍라희씨는 어떤 식으로든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송원씨는 지난 21일 특검에 세 번째 소환돼, 값비싼 그림 구매 경위와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홍라희씨 등과 그림을 거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미갤러리와 국제갤러리가 값비싼 국외 미술품을 들여오면서 관세청에 신고한 통관내역을 넘겨받았다. 또 서울지방국세청에 삼성문화재단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미술품을 수입할 때 관세청에 운송장이나 송장을 첨부하고, 수입한 이유 등이 담긴 사유서를 신고하는 점에 착안해, 서미갤러리등이 신고한 통관내역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신고한 통관내역을 보면 <행복한 눈물> 등 홍라희씨가 구입한 의혹을 사고 있는 미술품의 목록을 확보할 수 있고, 송장을 분석하면 첫 보관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한 미술계 인사는 “값비싼 그림의 경우 송장에 표기되는 첫 보관 장소가 대개 실소유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1996년 삼성증권 김아무개 과장이 이학수 부회장의 처남 백아무개씨의 계좌에 있던 에스원 주식 20억원을 횡령한 사건의 재판 기록을 넘겨 받아 비자금과 연관되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증권 김 과장은 재판과정에서 백씨의 계좌에 있던 돈은 비자금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이날 마영원(62) 전 삼성엔지니어링 상무 등 전·현직 임원 3명을 불러 차명 의심 계좌를 갖게 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
한편,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의 여러 차명 계좌에서 수백원이 인출돼 이명희 회장의 계좌로 들어간 것과 관련해 신세계 쪽은 “선대 이병철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실명화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납부하고 합법적으로 받은 돈으로 삼성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특검팀에 해명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한때 신세계가 관리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실명화 과정에서 세금을 낸 합법적으로 돈으로 세탁돼 문제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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