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내역·재단 전입금 현황요구에 대학들 ‘시큰둥’
국가기록원·인수위도 잇단 거부…“밀실행정” 우려
국가기록원·인수위도 잇단 거부…“밀실행정” 우려
대학 등록금 과다인상 저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참여연대는 최근 수도권 소재 69개 대학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한 정보는 △2006~2007년도 예산 세부 내역 △최근 3년간 적립금·재단 전입금 현황 △등록금 책정 논의기구 유무 여부 등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은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으며, 심지어 이화여·성균관·성신여·한신대 등 10개 대학은 정보공개 청구서 접수조차 거부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김동언 간사는 “대학마다 정보공개법을 설명해주고 정보공개 대상에 해당하는 만큼 최소한 신청서는 접수해달라고 했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우리가 왜 그런 것을 하냐’며 막무가내로 나와 별 수 없이 포기했다”며 “교육부에서는 ‘대학 담당자들을 불러 연례적으로 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정작 대다수 대학들은 정보공개법이 뭔지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공들여 추진해왔던 정보공개 제도가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가 정보공개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에서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격하시키는 등의 조처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대한 폐쇄적인 태도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가기록원은 최근 ‘2007년도 각 부처별 기록물평가 결과’를 알려달라는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상위 등급을 받은 부처만을 공개했다.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평가결과를 공개할 경우 일선 부처의 업무 수행에 혼란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현행 정보공개법에서는 ‘비밀 지정’ ‘국민 사생활 노출 피해’ 등 비공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와는 달리 ‘업무 지장’ 등 추상적인 이유를 들어 비공개 결정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의 이런 결정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보공개 제도를 주관하는 기관인데다, 최근까지 정보공개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다른 부처의 태도를 지적하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인수위도 지난 12일 참여연대의 기록물등록대장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자신들이 생산한 기록물들의 등록번호와 제목, 업무 담당자 등이 기재된 기록물등록대장의 비공개 사유로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정책방향 등을 설정하는 검토단계에 있는 위원회의 중요한 정책결정 사항이고 기록물등록대장에 목록에 기재된 제목만으로도 문건의 내용을 추측하여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우려할 초래가 있다”를 들었다. 이 또한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진한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민주주의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밀실행정주의의 징후들이 포착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행정과 이를 뒷받침할 정보공개 제도의 강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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