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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생존 자체가 투쟁인 장애인들 사랑·자립 한스푼 ‘희망 반죽’

등록 2008-03-06 20:07수정 2018-05-11 16:25

노동능력을 가진 장애인들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돕는 ‘씨튼 베이커리’ 작업장에서 은혜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이 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 일하는 18명 가운데 12명이 장애인이다. 씨튼 재활센터 제공
노동능력을 가진 장애인들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돕는 ‘씨튼 베이커리’ 작업장에서 은혜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이 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 일하는 18명 가운데 12명이 장애인이다. 씨튼 재활센터 제공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역경속 자활노력’ 광주 은혜학교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몰아가는 교육, 전국 진단평가, 일제고사 …. 잘 산다는 게 ‘올바로’ 사는 게 아니라 ‘기름지게’ 사는 게 된 한국사회에서 경쟁은 학교의 존재 이유인 듯하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경쟁이 없다. 다만 생존 자체가 목적이다. 이 소박한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게 인간다운 생존은 구호 없는 투쟁의 일상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에 있는 은혜학교(www.eunhae.sc.kr)에는 유치부와 초등 6년, 중·고등 6년 과정에 219명의 장애 학생들이 다닌다. 뇌성마비환자가 가장 많고 정신지체, 선천성 기형, 사고에 의한 뇌·척추 손상, 근육성 질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15년째 이 학교에서 일하는 김정은 교사는 “과거에 견줘 중증장애, 중복장애 학생의 비율이 늘고 있다”면서 “환경오염, 교통사고, 스트레스 탓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16년간 271명 졸업…절반이 다시 ‘집으로’
‘씨튼 베이커리’ 운영 사회경제적 자립키워

고등학교 졸업이 갖는 의미를 알아,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슬픔 앞에 울 줄 아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장애학생들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 또한 변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획일적으로 되어간다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예로 들었다.

‘밝게 크자, 사랑하자’를 교훈으로 가진 학교의 박순옥 교장 수녀는 졸업생들의 진로가 크게 열려 있지 않은 점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졸업생은 16회에 걸쳐 271명, 그 중 취업자는 23명뿐이다. 현재 80명이 직업훈련생이긴 하지만 장기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또 이 가운데 재가자들이 130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들이 이 집에 ‘갇혀’ 지내는 상황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박 교장 수녀는 힘주어 말했다.

수녀회의 이름을 딴 ‘씨튼 장애인직업재활센터(www.setonhouse.wo.to)’가 설립된 것도 장애인들의 직업재활과 의료·사회심리적 재활을 통해 자립생활과 자아실현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씨튼 희망터’가 노동능력을 가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장이라면, ‘씨튼 열림터’는 노동 능력이 없는 장애인들에게 사회 적응을 위한 장이다.

씨튼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이유도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사회·경제적 자립을 통해 인격적 존중을 받고 노동을 통한 기쁨과 보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씨튼 베이커리에서는 은혜학교 졸업생 12명을 비롯해 모두 18명이 일하고 있다. 씨튼장애인재활센터의 최은숙 원장 수녀는 지난해 1년 매상이 2억7천만원인데 재료비로 1억3천만원, 봉급으로 1억8천만원이 들었다면서 웃는다. 우리 밀을 사용하고 계란도 유정란을, 기름도 올리브유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 손해를 보았지만 장애인노동자가 봉급을 모아 전셋집을 얻었을 때엔 무척 기뻤다고 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때때로 배울(學)뿐, 익히지(習) 않는다. 나는 생전 처음 장애인학교를 방문했는데, 학생들은 모두 교훈처럼 밝게 인사했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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