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엉뚱한 곳 뒤지느라 힘빼
지역 경찰간 공조도 ‘엉망’
지역 경찰간 공조도 ‘엉망’
서울 창전동 네 모녀 살해 사건의 초동 수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사본부가 설치된 서울 마포경찰서는 전남 화순에 피해자들의 주검이 버려졌을 가능성을 포착하고도 현지 경찰과 공조수사에 나서지 않고 엉뚱한 지역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숨진 김아무개(46)씨 첫째 딸의 휴대전화 신호가 지난달 19일 전남 화순군 남면 기지국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사실을 확인한 마포경찰서는 지난 7일 수사팀 20여명을 광주 등지로 보내 용의자인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의 친형과 어머니 등 가족을 만났다. 이어 9일에는 화순경찰서에 알리지 않은 채 이씨 집안의 선산이 있는 화순군 남면 장전리 일대를 수색했다. 현지의 한 경찰관은 “서울 수사팀이 주민들에게도 쉬쉬하면서 남면 일대에서 수사했고, 길을 모르면 화순경찰서 직원에게 물어 부탁하는 식이어서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 수사팀이 이렇듯 ‘나 홀로 수사’를 벌이는 사이 손을 놓고 있던 전남경찰청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인 9일에야 전담반을 편성했다. 전남경찰청은 화순 남면과 동면 일대를 수색했다고 밝혔으나, 그야말로 ‘탐문’ 수준에 그쳤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10일 밤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씨가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뉴스를 본 뒤에야 본격적인 수색 작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마포경찰서 수사팀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주검이 발견되기 직전인 10일 밤에도 “이씨가 (실종되기 전까지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 경기 지역에서 피해자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가 손발이 안맞는 사이 결국 시민이 수사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씨의 부탁으로 지난달 19일 화순 공동묘지에 구덩이를 판 일용직 노동자 유아무개(46)씨는 10일 밤 뉴스를 본 뒤 직접 경찰서로 찾아와 주검이 암매장된 곳을 알렸다.
이순혁, 화순/정대하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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