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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좀 비켜요. 왜 길을 막아요?” “비키라뇨?!”

등록 2008-03-13 15:26수정 2008-03-13 15:51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캠페인’을 독려하는 홍보물이 지하철 역사 곳곳에 붙어 있다. 김미영 기자 <A href="mailto:kimmy@hani.co.kr">kimmy@hani.co.kr</A>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캠페인’을 독려하는 홍보물이 지하철 역사 곳곳에 붙어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혼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승관원),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인천지하철공사가 지난해 9월부터 추진중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시행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시민들의 불편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바쁜 사람을 위해 왼쪽 공간을 비워둬야 할지….” “오른쪽에 서서 걷거나 뛰지 않아도 되는 건지….” 시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바빠 죽겠는데, 왼쪽 길을 막으면 어떻게 해요?” “왼쪽 길에서도 걸어 올라가면 안되는 것 모르세요?” 같은 실랑이가 종종 벌어진다. 결론만 말하면, ‘두줄타기’가 옳다. 에스컬레이터 왼쪽 편에 서있을 경우에도 ‘걷거나 뛸’ 필요가 없다.

지금껏 에스컬레이터 에티켓은 바쁜 사람들을 위해 왼쪽을 비워두는 ‘한줄타기’였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1998년부터, 월드컵문화시민연대가 2000년부터 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10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한줄타기는 안착됐다.


혼란은 지난해부터 승관원이 ‘두줄타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승관원은 “빈 공간에서 걷거나 뛰도록 하는 한줄타기를 하면서 사고가 많아졌고,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라고 밝혔지만,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꿔야 하는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시민들은 ‘두줄타기’에 익숙해져 있을까? 지난 7일 지하철역사를 오가며 시민들을 만나봤다.

“바쁘면 계단으로 가면 되는데 왜 에스컬레이터로 가는지…”

[%%TAGSTORY1%%]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 타기’ 캠페인에 시민들 혼란만 가중

“한줄타기가 잘못된 것이라고요? ‘두줄서기’…. 그거 처음 듣는 말인데?”

신당역, 태릉입구역, 건대입구역, 공덕역 등에서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한줄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지하철역 곳곳에 ‘두줄타기 캠페인’ 홍보물이 붙어 있었지만, 캠페인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상당했다. 6호선 신당역에서 만난 최병희(65·서울 염창동)씨는 “오른쪽은 난간 잡고 서있는 곳이고, 왼쪽은 바쁜 사람을 위한 곳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줄타기’ 캠페인을 알지만 습관적으로 ‘한줄타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만난 박예진(17·서일정보산업고 1)양은 “작년부터 두줄타기를 한다는 걸 알지만, 한줄서기가 몸에 배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최희진(21·서울여대 국문)씨처럼 “욕을 먹을까봐” 한줄서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최씨는 “지하철역 포스터를 보고 두줄타기를 알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지 않아서, 한줄타기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줄타기’로 바꿀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이용객들도 있었다. 박승철(71)씨는 “복잡한 세상 왜 ‘두줄타기’로 바꾸는 건지 모르겠다”며 “큰 문제 없으면 한번 결정된 제도가 계속 같으면 좋겠다. 바꾸면 혼란만 생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예진양도 “두줄타기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며 “두줄타기를 하면 빨리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요즘도 에스컬레이터 위에선 “좀 비키세요. 왜 길을 막고 그러죠?” “비키라뇨? 두줄타기가 맞는 것 모르세요?” 같은 신경전이 벌어지는 일이 적지않게 일어나고 있다.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만난 정충만(20·경원대 관광경영)씨는 “캠페인 이후 두줄타기를 해왔다”며 “그러다보니, 한줄타기에 익숙한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거나 밀침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캠페인’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한줄타기’가 몸에 밴 시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미영 기자 <A href="mailto:kimmy@hani.co.kr">kimmy@hani.co.kr</A>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캠페인’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한줄타기’가 몸에 밴 시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람들의 습관을 단번에 바꾸면서 의견수렴은 ‘소홀?’

승관원은 앞으로 ‘두줄타기’ 홍보를 확대할 방침이다. 승관원 관계자는 “지난 5년 간 지하철에서 발생한 국내 승강기 안전사고 중 35.5%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일어났고, 이 중 59%가 에스컬레이터 한줄타기로 인한 넘어짐 사고였다”며 “올해 안에 부산지하철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두줄타기’의 목적은 처음부터 안전사고 예방이었다”며 “‘두줄타기’를 1년 실시한 부평역사의 경우 사고발생률이 63% 줄었고, 도시철도공사도 캠페인 이후 9%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사고 예방이 목적이라지만, 10여년 길들여진 습관을 바꾸는 것은 간단치 않다. 캠페인 변경 과정에서의 세심한 주의와 충분한 의견수렴, 체계적인 홍보가 뒤따라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승관원·도시철도공사·서울메트로 등은 ‘두줄타기’를 시행하면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에는 소홀했다. 승관원 관계자도 “예산 부족으로 홍보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라며 “사회적 합의단계를 거치지 못했다고도 하는데, 예산 때문이지 안하고 싶어서 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홍보 부족상태에서 시행을 인정했다.

정충만씨는 “한줄서기에 익숙한 시민들이 많은데,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희진씨도 “수많은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 문제인데, 포스터 붙이는 수준에서만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민들의 혼란과 편의를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에스컬레이터 에티켓과 관련해 현재까지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충만씨는 “개인적으로 두줄타기를 지지한다”며 “에스컬레이터는 서서 가는 곳이다. 바쁜 사람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계단으로 뛰어가면 된다”고 ‘두줄타기’ 지지의사를 밝혔다. 반면, 최희진씨는 “급하게 뛰지만 않고, 사람들이 안전에 더 신경을 쓴다면 한줄서기가 더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줄타기’를 추진해온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김대홍 팀장은 “한줄타기 이후 안전사고 비율이 높아져야 하는데, 2006년에만 유독 사고가 많았다는 점에서, 한줄타기가 안전사고의 원인이라는 접근방식이 잘못됐다”며 “의견 수렴을 거쳐 ‘한줄타기’든 ‘두줄타기’든 에스컬레이터 바로타기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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