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신상’ 오현주씨
경북 상주의 여성 농민 오현주(38·사진)씨가 농촌계몽소설 <상록수>의 여주인공 이름을 딴 ‘채영신상’을 최근 수상했다.
작가 심훈 선생을 기리는 (사)심훈 상록수기념사업회는 “오씨가 채영신의 정신을 계승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판단해 이 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오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고향인 상주시 외서면에서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98년 수해로 논밭이 모두 매몰되고 축사가 떠내려가는 시련을 겪었지만 오히려 이듬해에 3년 과정의 한국농업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오씨는 “당시는 자식된 도리로 다 망한 농사를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성적이 뛰어나 2학년 때 1년간 캐나다 농무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농토를 넓혀 나가며 선진농업기술을 접목시켜 현재 사과밭 2㏊와 논 2㏊를 경작하고 한우 10마리를 키우는 전문농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미혼이지만 연로한 부모를 대신해 홀로 농사를 도맡아 하는 그는 “남들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는 평범한 농민일 뿐인데 상을 받게 돼 의아하고 부끄럽다”며 쑥쓰러워 했다. 오씨는 “농민들이 너무나 힘든 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농업이 천시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농민이 스스로 만든 농민조합 등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상록수 기념사업회는 <상록수> 남성 주인공의 이름을 딴 ‘박동혁상’ 수상자로 전북 정읍시 입암면의 9년차 중견 농민 박형용씨(32)를 선정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상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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