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언론, 민망한 ‘후보 대리전’

인적관계 묶인 신문끼리 총선 관련 폭로전
경기북부시민신문-양주·동두천신문 맞고소

4·9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인 요즘 경기 양주·동두천 선거구에선 지역 신문사인 <경기북부시민신문>과 <양주·동두천신문> 사이에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두 신문이 오차 범위 안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두 유력 후보의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동두천 시민들은 “정성호 통합민주당 후보는 <시민신문>, 김성수 한나라당 후보는 <양주·동두천신문>과 특수 관계”라고 말한다. 실제 두 신문사과 후보들은 끈끈한 인적 관계로 맺어져 있다. <양주·동두천신문>의 전 편집인 이동춘(44)씨는 김 후보의 처남이고, <시민신문>의 명예회장 신현섭(56)씨는 1995년부터 정 후보와 인연을 맺어온 ‘측근’이다.

두 신문사의 공방은 지난 달 20일 “이씨가 신씨에게 ‘비판 기사를 더 이상 쓰지 말아 달라’며 돈 1천만원을 건넸다”는 <시민신문>의 폭로 기사로부터 시작됐다. <양주·동두천신문>은 바로 다음 날 “정 후보의 보좌관 박아무개씨가 신씨의 사무실 임대료 1천만원을 대납했다”고 보도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후 두 신문은 ‘공무원 선거 동원 의혹’ ‘부동산 실명제 위반 논란’ 등의 폭로 기사를 주고 받으며 2주일째 치열한 ‘지면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신문사는 상대를 공갈·명예훼손·허위사실유포 등의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양주·동두천신문>은 3월28일 공정보도의무 위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종규 <시민신문> 편집국장과 이종구 <양주·동두천신문> 편집국장은 모두 “사실 보도에 애썼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일부 지역 언론의 ‘편파 보도’ 논란은 해묵은 고질병이다. 언론 전문가들은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역 언론사들이 토호들의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일부에서는 사주들이 지역 언론을 정계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적자 경영’을 감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08 총선 미디어연대’는 최근 펴낸 지역별 총선 보도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전북중앙신문>이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사주 이창승 후보한테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전남일보>와 <무등일보>는 통합민주당 공천을 신청한 이 회사의 전직 임원들을 집중 보도해 공정성을 잃었고, <경남일보>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나선 특정 후보에 호의적인 기사와 논설이 다른 신문보다 2배 가량 많았다고 지적했다. 편파 보도 행태는 △노골적 칭찬 △경쟁 후보 비난 △의도적 판세 분석 △지연·혈연 관계 강조 △지역주의적 보도 등 다양한 것으로 미디어연대는 분석했다.

강홍구 동두천시민연대 대표는 “이런 식의 보도 행태가 지역 일꾼의 정보를 얻으려 지역 신문을 찾아보는 유권자들의 판단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