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쇼는
가슴 덜컹 후리는 총소리로 달려왔다.
목구멍 후비는 최루 연기로 스며왔다.
뇌를 후려치는 장봉으로 날 선 방패를 두드리며
군악인 양 시위했다.
파쇼는 그렇게 오는 줄로만 알았다. 곁방살이 파쇼는 요란하였으므로
총성을 등 뒤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소용돌이 지랄탄을 되받아 찰 수 있었다.
최루 연기 속 날아오는 짱돌을 피할 수 있었다.
파쇼는 검은 지프차 위로 강철 나팔을 얹고
물러가라며 도망칠 채비를 도왔으니
파쇼는 그렇게 유순한 줄로만 알았다. 영장 없이 들이닥친 기관요원에게 까닭 모르고 붙들려가 통닭구이로 미쳐간 사람은 안다.
간혹 사이렌도 선무방송도 없이 달려드는 백골단의 쇠뭉치에 오금 꺾인 사람은 안다.
해살 찬란한 대한민국 길바닥에서 붙들려 난지도에 내동댕이쳐진 사람은 안다.
무섭고도 무서운 파쇼의 몽둥이를 온 몸뚱어리로 겪어본 사람은 안다.
뼈마디 끊어지고 두개골 바스러져 죽어간 사람들은 안다.
소리 없이, 까닭 없이, 느닷없이, 죄 없이, 나는 이승만 독재에 죽어간 사람,
나는 유신 독재에 저항하던 사람,
나는 5월 광주서 항쟁하던 사람,
나는 6월 항쟁에 앞장서던 사람,
혹자는 보상금을 받았고 혹자는 유공자도 되고 혹자는 노벨상도 받았다.
살아서 민주투사 명함 박고 다니는 사람은 많아도
모른다, 기억을 먹어 치워버린 윤기 나는 이마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나는 낙동강 페놀 유출에 죽어간 오리알, 빠가사리,
나는 서해안 기름 유출에 맞서던 갯바위. 파도. 바지락,
나는 매향리 사격장에서 쓰러져간 귀머거리 새, 장님 물고기,
나는 백두대간에 포장도로에 묻혀 숨 쉴 곳을 잃은 칡넝쿨, 도라지꽃,
나는 잣 줍다 총 맞은 청설모, 주린 배를 채우려다 올무에 걸려 얼어 죽은 노루,
아무도 보상 받거나 치사 받거나 위로 받지 않았다.
살아서 민적에 이름 올리고 다니는 인간들은
잊었다, 동물임을 부인하는 유일한 동물들은 비롯된 곳조차 잊었다. 뭇 생명도 죽어간다.
소리 없이,
까닭 없이,
느닷없이,
죄 없이, 사람의 길을 열고자 하니 그대의 허리를 뚫을까요?
천성산도 사패산도
뫼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산을 갈가리 찢어 그대의 입을 틀어막아도 좋습니까?
시화호도 새만금도
바다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주검 된 남대문의 부활을 위해 그대의 숨결을 거두어도 괜찮습니까?
남대문 복원 공사
삼백 살 소나무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물길로 물길 죽여 물가에 살림하는 뭇 생명 다 죽여도 됩니까?
한반도 대운하 계획
물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갈잎 흔드는 바람에도 한 표,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도 한 표,
어둠 속 빛나는 개똥벌레에도 한 표,
밤새도록 그러모은 새벽이슬에도 한 표,
갯바위 거센 파도에 자라는 따개비도 한 표,
흙 파먹고 사는 농투성이 지렁이에게도 한 표, 그들에게 표를 구하지 않는
우리는 파쇼다.
그들에게도 권리 있음을 잊어버린
우리는 파쇼다. 그들 없는 우리를 우리라 부르는
나는 파쇼다.
가슴 덜컹 후리는 총소리로 달려왔다.
목구멍 후비는 최루 연기로 스며왔다.
뇌를 후려치는 장봉으로 날 선 방패를 두드리며
군악인 양 시위했다.
파쇼는 그렇게 오는 줄로만 알았다. 곁방살이 파쇼는 요란하였으므로
총성을 등 뒤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소용돌이 지랄탄을 되받아 찰 수 있었다.
최루 연기 속 날아오는 짱돌을 피할 수 있었다.
파쇼는 검은 지프차 위로 강철 나팔을 얹고
물러가라며 도망칠 채비를 도왔으니
파쇼는 그렇게 유순한 줄로만 알았다. 영장 없이 들이닥친 기관요원에게 까닭 모르고 붙들려가 통닭구이로 미쳐간 사람은 안다.
간혹 사이렌도 선무방송도 없이 달려드는 백골단의 쇠뭉치에 오금 꺾인 사람은 안다.
해살 찬란한 대한민국 길바닥에서 붙들려 난지도에 내동댕이쳐진 사람은 안다.
무섭고도 무서운 파쇼의 몽둥이를 온 몸뚱어리로 겪어본 사람은 안다.
뼈마디 끊어지고 두개골 바스러져 죽어간 사람들은 안다.
소리 없이, 까닭 없이, 느닷없이, 죄 없이, 나는 이승만 독재에 죽어간 사람,
나는 유신 독재에 저항하던 사람,
나는 5월 광주서 항쟁하던 사람,
나는 6월 항쟁에 앞장서던 사람,
혹자는 보상금을 받았고 혹자는 유공자도 되고 혹자는 노벨상도 받았다.
살아서 민주투사 명함 박고 다니는 사람은 많아도
모른다, 기억을 먹어 치워버린 윤기 나는 이마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나는 낙동강 페놀 유출에 죽어간 오리알, 빠가사리,
나는 서해안 기름 유출에 맞서던 갯바위. 파도. 바지락,
나는 매향리 사격장에서 쓰러져간 귀머거리 새, 장님 물고기,
나는 백두대간에 포장도로에 묻혀 숨 쉴 곳을 잃은 칡넝쿨, 도라지꽃,
나는 잣 줍다 총 맞은 청설모, 주린 배를 채우려다 올무에 걸려 얼어 죽은 노루,
아무도 보상 받거나 치사 받거나 위로 받지 않았다.
살아서 민적에 이름 올리고 다니는 인간들은
잊었다, 동물임을 부인하는 유일한 동물들은 비롯된 곳조차 잊었다. 뭇 생명도 죽어간다.
소리 없이,
까닭 없이,
느닷없이,
죄 없이, 사람의 길을 열고자 하니 그대의 허리를 뚫을까요?
천성산도 사패산도
뫼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산을 갈가리 찢어 그대의 입을 틀어막아도 좋습니까?
시화호도 새만금도
바다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주검 된 남대문의 부활을 위해 그대의 숨결을 거두어도 괜찮습니까?
남대문 복원 공사
삼백 살 소나무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물길로 물길 죽여 물가에 살림하는 뭇 생명 다 죽여도 됩니까?
한반도 대운하 계획
물에게 묻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파쇼다. 갈잎 흔드는 바람에도 한 표,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도 한 표,
어둠 속 빛나는 개똥벌레에도 한 표,
밤새도록 그러모은 새벽이슬에도 한 표,
갯바위 거센 파도에 자라는 따개비도 한 표,
흙 파먹고 사는 농투성이 지렁이에게도 한 표, 그들에게 표를 구하지 않는
우리는 파쇼다.
그들에게도 권리 있음을 잊어버린
우리는 파쇼다. 그들 없는 우리를 우리라 부르는
나는 파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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