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형법무법인의 공익활동 내역
의무시간 서로 분배·동호회 활동도 ‘공익’ 둔갑
서울변호사협 자료분석 결과 ‘편법’ 운영 난무
서울변호사협 자료분석 결과 ‘편법’ 운영 난무
변호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겠다며 2000년 도입한 ‘공익활동 의무제’가 파행·편법 운영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한겨레〉가 13일 입수한 서울변호사협회의 ‘2006년 공익활동 심사위원회 회의자료’를 보면, 국내 법무법인(로펌) 대부분이 소속 변호사들끼리 실적을 나눠 갖거나 돈을 받는 일까지 공익활동으로 끼워 넣어 의무시간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를 보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경우 공익활동 내역을 신고한 181명 가운데 법정 의무시간(연간 20시간)을 채운 사람은 37명(20.5%)에 불과했다. 단 1시간이라도 공익활동을 한 변호사는 70명이고, 나머지 111명(61.3%)은 전혀 실적이 없다. 다른 로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광장의 경우 96명 가운데 15명(15.6%), 세종은 64명 가운데 16명(25.0%), 로고스는 21명 가운데 3명(14.2%), 율촌은 47명 중 6명(12.8%)만이 의무시간을 채웠다. 이 자료는 서울변협이 회원 변호사 6147명 가운데 1차로 67개 로펌 소속 등 3550명에게서 2006년 공익활동 내역을 보고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 로펌은 소속 변호사들이 공익활동 의무시간을 100% 채운 것으로 서울 변협에 보고했다. 이는 2005년 같은 로펌 소속의 경우 공익활동 의무시간을 ‘분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익활동 실적이 전혀 없는 김앤장의 박아무개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한테서 20시간을, 8.5시간을 근무한 양아무개 변호사는 12시간을 각각 빌려 의무시간을 채운 것으로 신고했다. 반면 이 로펌의 ㅊ아무개 변호사는 한해 동안 무려 1592시간 공익활동을 했는데, 20시간을 뺀 나머지 대부분을 동료들한테 고루 나눠줬다. 한두 명이 공익활동을 사실상 ‘전담’한 뒤 이를 분배하는 편법으로 의무시간을 채운 것이다.
공익활동의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 연간 ‘200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한 이들의 내역을 보면, △국세청 법률 자문(ㅊ 변호사) △대한변협 활동(ㅎ·ㄱ 변호사) △사법연수원 강의(ㄱ·ㅂ 변호사) 등 순수 공익활동으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심지어 변호사 동호회 활동 시간도 공익활동으로 신고하는 이들이 있다”며 “공익활동의 범위가 너무 넓어 제도 도입의 취지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창우 서울 변협 대표는 “보수를 받은 법률 자문까지 공익활동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다”며 “국선 변호 같은 순수 공익활동이 활성화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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