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AI 방역체계, 감염 오리 음식점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정읍·김제·익산 지역 닭 농장주들이 14일 정읍 용계동의 한 농장 앞에서 ‘정부가 AI 발생지 10km 이내의 모든 닭도 도살처분하거나 원가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읍/연합뉴스

유통업자, 방역대 드나들며 600여마리 구입 뒤 판매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전북 김제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발병으로 방역당국이 이동을 통제한 뒤에도 방역지대 외부로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과 오리가 불법 반출됐으며, 일반인들의 방역지대 출입통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와 김제경찰서는 지난 12일 간이검사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양성반응을 보인 김제시 금산면 한 음식점 오리의 유통경로를 조사한 결과, 이 오리가 이동제한 조처가 취해진 뒤인 지난 4~6일 방역지대 안인 김제시 용지면 신정리의 황아무개씨 농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이동제한 조처가 내려진 뒤인 지난 4~6일 유통업자 박아무개씨는 이 농장에서 오리 600마리를 구입해 또다른 유통업자 김아무개씨에게 40마리를 판매했고, 김씨가 이를 지난 6일 김제시 금산면 음식점에 팔았다. 또 유통업자 박씨는 전북 전주·군산·익산 등 음식점 15곳에 470마리를 공급했다. 나머지 130마리는 김제시 황산면 자신의 농장주변에 묻었다. 박씨는 세 차례나 방역지대를 드나드는 과정에서 한 번도 제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 농장은 지난 3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올해 들어 최초로 확인된 김제시 용지면 용암리의 농가로부터 1.7km 떨어진 위험지역(반지름 3㎞) 안에 있어 당일부터 가금류의 이동이 엄격히 통제됐던 곳이다. 농장 주인은 오리가 집단 폐사하자 지난 5일 방역당국에 신고했으며, 11일 고병원성으로 진단을 받았다.

더욱이 유통업자 김씨는 간이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전북 익산시 황등면의 한 농가에서 지난 10일 닭 110마리를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100마리가 죽음에 따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황등면 일대에는 대규모 사육농가가 많은데다, 2006년 11월에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병해 큰 피해를 본 바 있어 농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유통업자와 농장 주인 등을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입건하고, 나머지 가금류의 유통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일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고부면에서도 한 유통업자를 통해 닭 630마리가 전남 화순군의 한 유통업체에 공급됐다는 주장이 있어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전주/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