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우면동 뚝방마을 비닐하우스촌의 모습이다. 도심 재개발로 오는 7월 역사 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철거민들은 또 새 거처를 찾아나서야 한다.
우면동 뚝방마을 세곡동 방죽마을 등 개발로 사라져
서울 우면동 뚝방마을의 김순례(63)씨는 ‘강남 비닐하우스촌’의 마지막 세대다. 김씨가 강남 양재천 변의 뚝방마을로 흘러든 것은 1982년이다. “그땐 마을 주변이 온통 진흙밭이었어요. 사람들끼리 남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며 웃곤 했는데 ….”
그렇지만 7월이면 뚝방마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7월부터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가 마을을 허물고 국민 임대아파트 단지를 만들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씨가 이사올 무렵 서울 강남은 개발 열풍에 휩싸여 미친 듯 확장되고 있었다. 김씨는 도시의 확장을 피해 점점 바깥으로 밀려나야 했다. 그는 “처음 시집왔을 때 시댁이 신사동에 있었는데 철거돼 양재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곳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김씨의 집터가 도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위해 만들어진 ‘시민의 숲’ 조성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씨의 집은 다시 철거됐다. 결국 김씨네 가족이 흘러든 곳은 양재천변 하천 터였던 뚝방마을이었다. 김씨는 “이제 머잖아 다시 이사를 가야 한다”며 쓰게 웃었다.
20여년 동안 갈 곳 없는 도시빈민과 철거민들의 삶터였던 서울 양재천 주변의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촌이 사라지고 있다. 이들이 터잡은 개천 주변 조각 땅들이 금싸라기가 되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이후, 서초구 안골·두레마을, 강남구 헌인마을, 송파구 통일촌 등 많은 비닐하우스촌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의 조사 때만 해도 서울 비닐하우스촌 거주민들은 3948가구(1만127명)로 파악됐지만 2007년 12월 현재 그 수는 1927가구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비닐하우스촌들이 사라질 운명이다. 김씨가 사는 뚝방마을과 강남구 세곡동의 방죽·수정마을에는 7월부터 국민임대주택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 송파구 장지마을은 서울시의 동남권 유통단지 건설계획에 밀려 2006년 8월 강제철거됐고, 같은 송파구의 개미마을·새마을에는 법원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산청마을에는 공원개발이 예정돼 있고, 포이동 자활근로대마을과 잔디마을에는 이르면 내년부터 서울시의 장기임대주택 ‘쉬프트’가 조성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밀려나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에게 ‘전세 임대주택’ 입주자격과 국민임대아파트 입주권도 주기로 했다. 주민들은“임대아파트의 비싼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임덕균 ‘주거권 실현을 위한 비닐하우스 주민연합’(주비련) 사무국장은 “마을들은 사라지지만,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뚝방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인근 약수터로 물을 뜨러 다니고, 장지동 화훼마을은 여전히 화재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자활근로대마을 사람들은 ‘주민등록 접수’를 요구하며 5년째 투쟁 중이다. 주비련은 “조만간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생활 욕구를 담은 실태 조사를 벌여, 좀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김영숙 우면2지구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동 뚝방마을 비닐하우스촌에서 이주한 빈 집을 가르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여년 동안 갈 곳 없는 도시빈민과 철거민들의 삶터였던 서울 양재천 주변의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촌이 사라지고 있다. 이들이 터잡은 개천 주변 조각 땅들이 금싸라기가 되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이후, 서초구 안골·두레마을, 강남구 헌인마을, 송파구 통일촌 등 많은 비닐하우스촌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의 조사 때만 해도 서울 비닐하우스촌 거주민들은 3948가구(1만127명)로 파악됐지만 2007년 12월 현재 그 수는 1927가구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비닐하우스촌들이 사라질 운명이다. 김씨가 사는 뚝방마을과 강남구 세곡동의 방죽·수정마을에는 7월부터 국민임대주택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 송파구 장지마을은 서울시의 동남권 유통단지 건설계획에 밀려 2006년 8월 강제철거됐고, 같은 송파구의 개미마을·새마을에는 법원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산청마을에는 공원개발이 예정돼 있고, 포이동 자활근로대마을과 잔디마을에는 이르면 내년부터 서울시의 장기임대주택 ‘쉬프트’가 조성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밀려나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에게 ‘전세 임대주택’ 입주자격과 국민임대아파트 입주권도 주기로 했다. 주민들은“임대아파트의 비싼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임덕균 ‘주거권 실현을 위한 비닐하우스 주민연합’(주비련) 사무국장은 “마을들은 사라지지만,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뚝방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인근 약수터로 물을 뜨러 다니고, 장지동 화훼마을은 여전히 화재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자활근로대마을 사람들은 ‘주민등록 접수’를 요구하며 5년째 투쟁 중이다. 주비련은 “조만간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생활 욕구를 담은 실태 조사를 벌여, 좀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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