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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80년대 ‘계 파동’ 서민 눈물이 생생”

등록 2008-04-30 19:03

이건호(70·사진) 변호사
이건호(70·사진) 변호사
YMCA 시민중계실 ‘30년 동행’ 이건호 변호사
원조 시민단체 법률지원단 꾸려
82년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추진
“민생 현안 변했지만 할 일 많아”

30일 열린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민중계실의 창립 30돌 생일잔치를 누구보다 깊은 감회로 맞은 사람이 있다. 국내 첫 서민법률구조단체라 할 시민중계실의 30년 역사를 함께 해온 이건호(70·사진) 변호사다. 시민중계실이 태어난 것은 아직 유신 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1978년 4월이었다. 이 변호사는 “그 시절만 해도 우리 나라에는 시민단체라고 이를 만한 것들이 없었다”며 “와이엠시에이는 기독교에 기반을 둔 모임이지만, 당시 사람들이 가장 친근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단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말 한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66년 2월 소설가 이호철이 이미 ‘만원’이라고 선언해 버린 서울의 인구는 380만명이었다. 80년대 접어들며 서울 인구는 800만을 훌쩍 뛰어넘었고, 서민들을 울리는 크고 작은 도시 문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와 ‘금융’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우리 사회엔 제대로 갖춰진 게 없었어요. 금융은 ‘계’였고, 주거는 전세 보증금이었죠.” 80년대 일간지의 사회면을 훑어보면, 믿었던 ‘계’가 깨져 자살하고만 주부들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거리로 내앉은 서민들의 사연이 넘쳐난다. 시민중계실은 80년 12월 ‘계 파동 문제와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내놨고, 82년 5월부터는 서민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쪽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바꾸는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 자리를 잡아가자, 서민의 편에서 실제 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들이 필요하게 됐다. 이 변호사는 당시 시민중계실을 이끌던 오재관 간사와 함께 와이엠시에이 산하에 ‘시민권익보호 변호인단’을 구성한다. 이제는 사회의 원로로 자리잡은 김창국·이세중·한승헌·고영국 등 내로라하는 변호사 24명이 의기 투합했다. 이 변호사는 “그분들께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더니 흔쾌히 앞장서 나서 주셨던 일을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는 변했고, 그에 맞게 시민중계실의 구실도 바뀌어 왔다. 80년대 주요 이슈였던 곗돈과 전셋돈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 교복 공동구매, 의료사고, 온라인 쇼핑몰, 통신비 등을 둘러싼 운동으로 변했다. 이 변호사는 “천안에서 올라와 눈물로 상담하던 할아버지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분의 사연은 잊었어요. 하지만 내 손을 잡고 서럽게 흐느끼던 그분의 울음은 지금도 가끔 떠오르네요.”

이 변호사는 “시대는 변했지만 시민중계실이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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