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손을 잡고 ‘6·10 100만 촛불 대행진’ 현장에 온 어린아이가 10일 밤 서울 태평로 거리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100만 촛불’ 의 의미
“내몸 주인은 나” 공화국 시민 첫경험
안팎 두루 비추는 촛불이 변혁 첫걸음
“내몸 주인은 나” 공화국 시민 첫경험
안팎 두루 비추는 촛불이 변혁 첫걸음
‘6·10 100만 촛불 대행진’, 거대한 촛불의 물결이 광장에 넘실댔다. 21년 전 그날처럼 계층, 세대는 다양했지만 자발성으로 하나가 되었다. “독재 타도” “호헌 철폐”로 신군부의 독재를 물리치고 형식적 민주주의의 지평을 연 그날과 다른 점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위협받는 생명권 요구와 촛불의 힘이다. 교복 입은 고등학생, 유모차를 앞세운 가족, 직장인, 대학생, 노동자들이 촛불을 들었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성난 민심에 수출입업자들의 자율규제로 답하는 벽창호 정부를 향해 “고시철회, 협상무효!”라는 구호는 “이명박을 심판하자!”로 발전했다. 한달 넘게 지속된 촛불시위, 시민들은 ‘광장엠티(MT)’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누구를 섬기는지 확인하고 있다.
촛불시위의 배후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이명박 정부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 이전에 대운하 계획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의 영어 몰입교육 발상, 4·15 학교 자율화 조처, 의료와 물, 전기의 사유화, 공기업의 사기업화 등으로 정권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시이오(CEO)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나라가 기업이 되었듯이 나라의 공적 부문들이 온통 사익과 이윤 추구의 각축장이 되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불린 ‘강부자’들로 보란 듯이 내각을 구성하더니 국민의 건강권까지 저당잡히려 든다.
‘747(연 7% 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이나 뉴타운으로 욕망을 부추기는 것으로 쉽게 권력을 장악한 탓일까? ‘잃어버린 10년’을 되뇔 뿐 준비 없이 권력을 장악한 세력의 오만과 독선이 지나쳤다. 임계점을 넘어 “내 몸의 주체는 나”라는 근대의 기본 명제까지 부정하고 나섰다. 여중·고생들이 먼저 촛불을 든 것은 가장 억압당한다는 점 외에 ‘급식당하는’ 몸의 항거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투표한 국민들까지 ‘몸의 주체성’을 거부당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점에서 촛불은 지배세력의 전근대로의 퇴행에 맞선 근대의 몸의 저항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가 광장에 나선 시민은 두려운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아래와 안국동 들머리에 육중한 컨테이너 철벽을 쳤다. 과거에는 공권력에 맞선 민중이 해방구를 위해 바리케이드를 쳤는데 오늘은 권력이 스스로 철옹성을 치고 그 안에 숨었다. 바리케이드 없는 해방구, 거기서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권력도 조중동의 언론권력도 헤게모니를 상실했다. 시민들이 활기차게 노래 불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이 선 지 올해로 60년, 새삼스럽게 울려 퍼지는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마침내 민주공화국의 시민임을 선언하고자 함인가. 그래서 촛불은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의 거듭남을 알리는 신호인가?
홍세화와 함께한 ‘시민발언대’
홍세화와 함께한 ‘시민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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