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특별회견 - 대운하 사업 백기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민심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대목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포기 선언이다.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대운하를 반대하는 민심을 받아들여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항복선언을 했다.
이후 정부의 후속 조처도 발빠르게 나왔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국책연구기관에 발주한 대운하 연구용역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사업 추진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사업준비단도 해체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민간에서 사업 제안서를 내더라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운하 사업을 둘러싼 의혹의 불씨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앞서 좀더 분명하게 운하 포기 뜻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의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운하는 이번에 매듭을 지을 생각”이라며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대형 국책사업을 한다는 것은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반도 대운하는 이 대통령의 ‘핵심 브랜드’이자 가장 논란이 된 공약이었다. 전국민적 차원의 반대운동이 불붙으면서 이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운하를 포기할 뜻이 없었던 듯하다. 운하 강행 논란이 벌어지던 지난달 1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운하사업을 민자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변함이 없으며, 각 단계마다 충분한 여론을 수렴해 추진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운하에서 손을 뗄 뜻을 시사한 것은 촛불시위가 정점으로 치닫던 6·10 무렵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조찬을 함께하며 “국민이 싫어할 경우 대운하에 대해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불(촛불)이 물(운하)을 막은 셈이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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