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가 만난 사람 - 방송학회장 한진만 교수
한국방송학회장 한진만(사진·54·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신은 보수적인 성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방송학회 역시 중간보다는 다소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내고 있다. 지난 28일 낮 춘천 강원대 서암관 그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방학에 들어간 주말 오후 캠퍼스는 한가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밤 50여일의 촛불시위 도중 가장 많은 부상자를 낸 서울 도심거리를 예상이나 한 듯 ‘MB’ 방송정책에 비판을 퍼부었다.
KBS 사장임명권 대통령이 쥐고
방통위원도 정당간 나눠먹기
이런 구조로는 방송 독립 어려워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으니 자신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봐요. 자신있다는 건 포용의 자세로, 전체적인 조망을 하면서 한국 언론이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큰 그림을 가져야 하는데 굉장히 쫀쫀해요.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잽만 날려서 반응만 보고 그래요.” 그는 “정부가 갖고 있는 역량, 함량이 이것밖에 안 되나 그런 실망감마저 든다”고 했다. “KBS 사장 문제는 지금 상황보다는 임명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구조를 우선 해결돼야 합니다. 과거 국영방송 시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바람에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으니 그 자체로 대통령한테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죠. 지난 시절 박권상 사장이 사표를 냈듯이 그게 관례가 돼다 보니 정연주 사장은 왜 안 나가느냐 하는데, 기본적으로 방송이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적인 예라 봅니다.” 이사회마저 형식적이어서 이런 구조에서 KBS의 독립은 요원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화제가 자연스레 방송통신위원회로 옮겨갔다.
“방통위원 선임이 정당간 나눠먹기식 배정이니 역시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조입니다. 임명권자 눈치를 보고 대변하게 되죠. 이런 위원들이 KBS 이사 선임권과 MBC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권을 갖고 있으니, 구조적으로 다수당, 정부 여당이 간여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KBS, MBC, EBS 모두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잖아요, 그 구조부터 깨야 된다는 말입니다.” 정연주 사장 얘기로 다시 돌아왔다. “기본적으로 여태까지의 관행이라면 나와야 겠지요. 사장이 보도 책임자를 결정하니까 새 정부 내에서는 과거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된 사람이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이명박 정부 내부에서는 사장이 편향적이기 때문에 방송 자체가 편향적일 것이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KBS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감사를 요구하면 받아야 돼요. 그것까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믿음이 없으니 의심을 하고 저의가 뭐가 있을까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요. 이 대통령 들어오면서 그 불신이 더 고착되는 거 같아요. 그게 안타깝죠.” 이쯤 해서 방송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어떤 관계여야 되냐”고. 언론의 권력 견제·관여는 달라
일부 프로 정치적 편향 문제
섣부른 산업·민영화도 말아야 “불가근 불가원이라야죠. 방송은 철저하게 감시기능을 해 권력의 횡포라든가 잘못을 바로잡는 구실을 해야됩니다. 방송이 권력화되면 문제입니다. 방송 스스로가 정치에 자꾸 간여하게 되면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올가미를 쓰게 됩니다. 관여와 견제는 다릅니다. 감시는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누가 봐도 편파적이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죠. 너무 주관이 개입되면 안됩니다. KBS나 MBC가 과거에 비해 좋은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런데 특정 프로그램이 너무 정치적으로 편향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방송 자체가 편향적이고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는데 저는 그 부분은 좀 못마땅합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옮겨갔다. “번역자와 시비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야지 사실일 거라는 추측한 것을 내보내면 진실성이라든가 질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피디수첩이 이번에 광우병과 국민건강에 좋지 못한 쇠고기와 관련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데는 많은 기여를 했어요. 그런데 논란이 되고 있는 번역상의 문제라든가 소가 쓰러지는 것이 광우병이 아닌 여러 가지 병중에 하나라는 것,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것들을 인용하기도 하는데…물론 피디가 이걸 다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추측을 하게 되면 되레 반발의 빌미를 주게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저는 이번에 MBC나 KBS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대외협상 때 경솔하게 해선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최근 ‘스트리트저널리즘’이란 용어도 나오고 있는데 방송학회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방송학회장이 아니라 학자로서 피디저널리즘, 기자저널리즘, 스트리트저널리즘, 인터넷저널리즘 등으로 나눌 필요가 없다고 봐요.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입니다. 그것을 누가 만들었냐에 따라 다르면 이미 저널리즘이 아닌 거죠. 사실에 입각해 얼마나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는가 이게 바로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에 대한 한국방송학회장의 생각은 어떤가? “정부의 기본적인 방송정책은 산업화, 민영화를 기조로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자유경쟁을 통해서 방송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겠다, 지원도 안하고 규제도 안하겠다, 경쟁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건데 타당성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1공영 다민영’으로 갈지 ‘다공영 1민영’으로 갈지, 어느 게 적합한 시스템인지 아직 연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경쟁으로 간다는 것은 위험하죠. 그냥 정치적으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거든요. 민영화·신문방송 겸영 등 정책적인 변화를 보면 너무 급한 것 같아요. 민영화를 하면 무슨 문제점이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공영화로 가야 되는데, 이건 한쪽 주장에 서면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요. 개인적으로는 신문방송 겸영을 반대하지만 왜 하는가, 어떤 식으로 하는가에 따라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가를 따져서 진짜 해야될 것 같으면 할 필요도 있겠지요.” 그는 “방송학회장으로서 정치적인 견해를 표현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때 반대했다”며 그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방송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정치적인 인물이 맡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정치적인 인물을 내세우면 뻔하잖아요, 야당도 정치적인 인물로 대응하려고 하고…. 그러면 과거 정부의 문제점이 악순환 되는 거죠. 그런데 보세요. 최시중씨가 지금 하는 역할을. 방통위는 말 그대로 한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결정하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프로그램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하면 되는데, 지금 보면 정치적인 그림에 자꾸 개입하는 거 같아요. 자질구레한 언론정책이라던가 언론의 시비거리 다루는 자리가 아니거든요. 자기 임무가 뭔지 모르는 거 같아요.” 최시중씨에 대해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도끼 가지고 참새 잡으려고 하면 되겠습니까? 무하마드 알리가 도망 다니면서 잽만 날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그래야지.” 춘천/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사진 한진만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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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도 정당간 나눠먹기
이런 구조로는 방송 독립 어려워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으니 자신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봐요. 자신있다는 건 포용의 자세로, 전체적인 조망을 하면서 한국 언론이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큰 그림을 가져야 하는데 굉장히 쫀쫀해요.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잽만 날려서 반응만 보고 그래요.” 그는 “정부가 갖고 있는 역량, 함량이 이것밖에 안 되나 그런 실망감마저 든다”고 했다. “KBS 사장 문제는 지금 상황보다는 임명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구조를 우선 해결돼야 합니다. 과거 국영방송 시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바람에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으니 그 자체로 대통령한테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죠. 지난 시절 박권상 사장이 사표를 냈듯이 그게 관례가 돼다 보니 정연주 사장은 왜 안 나가느냐 하는데, 기본적으로 방송이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적인 예라 봅니다.” 이사회마저 형식적이어서 이런 구조에서 KBS의 독립은 요원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화제가 자연스레 방송통신위원회로 옮겨갔다.
“방통위원 선임이 정당간 나눠먹기식 배정이니 역시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조입니다. 임명권자 눈치를 보고 대변하게 되죠. 이런 위원들이 KBS 이사 선임권과 MBC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권을 갖고 있으니, 구조적으로 다수당, 정부 여당이 간여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KBS, MBC, EBS 모두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잖아요, 그 구조부터 깨야 된다는 말입니다.” 정연주 사장 얘기로 다시 돌아왔다. “기본적으로 여태까지의 관행이라면 나와야 겠지요. 사장이 보도 책임자를 결정하니까 새 정부 내에서는 과거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된 사람이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이명박 정부 내부에서는 사장이 편향적이기 때문에 방송 자체가 편향적일 것이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KBS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감사를 요구하면 받아야 돼요. 그것까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믿음이 없으니 의심을 하고 저의가 뭐가 있을까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요. 이 대통령 들어오면서 그 불신이 더 고착되는 거 같아요. 그게 안타깝죠.” 이쯤 해서 방송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어떤 관계여야 되냐”고. 언론의 권력 견제·관여는 달라
일부 프로 정치적 편향 문제
섣부른 산업·민영화도 말아야 “불가근 불가원이라야죠. 방송은 철저하게 감시기능을 해 권력의 횡포라든가 잘못을 바로잡는 구실을 해야됩니다. 방송이 권력화되면 문제입니다. 방송 스스로가 정치에 자꾸 간여하게 되면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올가미를 쓰게 됩니다. 관여와 견제는 다릅니다. 감시는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누가 봐도 편파적이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죠. 너무 주관이 개입되면 안됩니다. KBS나 MBC가 과거에 비해 좋은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런데 특정 프로그램이 너무 정치적으로 편향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방송 자체가 편향적이고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는데 저는 그 부분은 좀 못마땅합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옮겨갔다. “번역자와 시비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야지 사실일 거라는 추측한 것을 내보내면 진실성이라든가 질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피디수첩이 이번에 광우병과 국민건강에 좋지 못한 쇠고기와 관련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데는 많은 기여를 했어요. 그런데 논란이 되고 있는 번역상의 문제라든가 소가 쓰러지는 것이 광우병이 아닌 여러 가지 병중에 하나라는 것,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것들을 인용하기도 하는데…물론 피디가 이걸 다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추측을 하게 되면 되레 반발의 빌미를 주게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저는 이번에 MBC나 KBS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대외협상 때 경솔하게 해선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최근 ‘스트리트저널리즘’이란 용어도 나오고 있는데 방송학회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방송학회장이 아니라 학자로서 피디저널리즘, 기자저널리즘, 스트리트저널리즘, 인터넷저널리즘 등으로 나눌 필요가 없다고 봐요.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입니다. 그것을 누가 만들었냐에 따라 다르면 이미 저널리즘이 아닌 거죠. 사실에 입각해 얼마나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는가 이게 바로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에 대한 한국방송학회장의 생각은 어떤가? “정부의 기본적인 방송정책은 산업화, 민영화를 기조로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자유경쟁을 통해서 방송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겠다, 지원도 안하고 규제도 안하겠다, 경쟁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건데 타당성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1공영 다민영’으로 갈지 ‘다공영 1민영’으로 갈지, 어느 게 적합한 시스템인지 아직 연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경쟁으로 간다는 것은 위험하죠. 그냥 정치적으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거든요. 민영화·신문방송 겸영 등 정책적인 변화를 보면 너무 급한 것 같아요. 민영화를 하면 무슨 문제점이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공영화로 가야 되는데, 이건 한쪽 주장에 서면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요. 개인적으로는 신문방송 겸영을 반대하지만 왜 하는가, 어떤 식으로 하는가에 따라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가를 따져서 진짜 해야될 것 같으면 할 필요도 있겠지요.” 그는 “방송학회장으로서 정치적인 견해를 표현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때 반대했다”며 그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방송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정치적인 인물이 맡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정치적인 인물을 내세우면 뻔하잖아요, 야당도 정치적인 인물로 대응하려고 하고…. 그러면 과거 정부의 문제점이 악순환 되는 거죠. 그런데 보세요. 최시중씨가 지금 하는 역할을. 방통위는 말 그대로 한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결정하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프로그램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하면 되는데, 지금 보면 정치적인 그림에 자꾸 개입하는 거 같아요. 자질구레한 언론정책이라던가 언론의 시비거리 다루는 자리가 아니거든요. 자기 임무가 뭔지 모르는 거 같아요.” 최시중씨에 대해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도끼 가지고 참새 잡으려고 하면 되겠습니까? 무하마드 알리가 도망 다니면서 잽만 날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그래야지.” 춘천/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사진 한진만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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