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맨 왼쪽)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일부 보수성향 언론 광고주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온라인 포털 <다음> 내 업무방해 및 권리침해 심의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보통신윤리규정 애매 ‘기본권 침해’ 우려
“심의대상은 ‘특정 표현’으로 한정되어야”
진보네트워크 “이의 신청할 누리꾼 모집”
“심의대상은 ‘특정 표현’으로 한정되어야”
진보네트워크 “이의 신청할 누리꾼 모집”
방통심의위 ‘광고주 압박운동’ 게시물 삭제 파장
포털사이트에 올린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관련 게시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압박운동을 위해 광고주 목록을 올리거나 불매를 독려한 글 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에 근거해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광고주 압박운동이 위법이며, 이와 관련된 표현도 불법 정보라고 해석한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모든 소비자 운동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 정당성을 가지냐의 문제”라며 “(광고주 압박운동은) 언론 소비자로서 왜곡 보도에 대한 항의이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기중 변호사(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는 “업무방해까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 정보로 포함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며 “방통심의위의 규제 범위가 넓어지면 집시법 위반을 목적으로 하는 촛불문화제 개최 정보 등도 불법 정보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설치 목적은, 정보통신망에서 불법·불건전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신속하게 방지하는 것으로 불법행위 자체를 방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압박운동이 영업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단순히’ 다수의 소비자가 특정 언론사 광고주에게 광고 게재 중단을 요구하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허용되는 범위의 소비자 운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문형)는 “게시물의 삭제는 표현의 자유를 가장 극단적으로 침해하는 수단으로 ‘침해의 최소성’이라는 기본권의 과잉금지원칙을 보장하기 위해선, 법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결정에 활용된 정보통신윤리 심의규정이 상위법인 정보통신망법보다 넓게 적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과 정보통신망법 조항이 애매하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에 반해, 대한변호사협회 쪽은 방통심의위의 규제 범위를 좀더 넓게 해석하고 있다. 협회장 명의로 2일 회원들에게 배포한 <보수언론 광고중단 네티즌 압박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보면, “방통심의위의 법률 해석은 형사상의 처벌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차원에서 게시글 삭제 등 임시 조치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불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 형사상 범죄로 제한되게 해석할 필요가 없고 좀더 넓게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업무방해 여부에 대해서는 “단순 욕설 정도로는 원칙적으로 위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면서도 “게시자들의 의도, 조직적인 역할 분담, 게시자의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방해 공범 성립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변협이 제시한 업무방해 성립 요건은 우리가 흔히 하는 불매운동의 성격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위 설치법 시행령 8조 5항에 근거해 삭제 결정을 받은 게시물 작성자도 삭제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안에 방통심의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함께 이의신청을 제기할 누리꾼을 모집하고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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