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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간접고용 사업주 법적책임 회피에 제동

등록 2008-09-18 21:17수정 2008-09-18 22:20

대법 ‘불법파견도 고용책임’ 판결 의미
파견노동자 고용안정에 무게…노동계 환영

‘불법’ 파견 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고용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18일 판결은, 사업주들이 파견·도급 등 간접 고용 형태를 악용해 직접 고용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노동시장의 유연성’보다는 파견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보호’에 무게를 실어 줬다.

원고 이아무개씨 등은 도시가스 공급업체에서 파견-도급-계약직 등으로 5년7개월 동안 일했다. 이들은 파견법이 허용하지 않은 전화 접수 업무 등을 했다. 회사가 2005년 계약을 해지해 해고하자 이들은 “2년 이상 일했으니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2년 이상 일한 파견 노동자는 원청회사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옛 파견법의 ‘고용 의제’ 조항이 근거였다. 하지만 1·2심은 “불법 파견이기 때문에 옛 파견법의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처럼 파견 노동자를 허용하지 않은 업무에 쓰거나, 무허가 파견업체 노동자를 쓰는 등 ‘불법’ 파견 노동자를 사용한 사업주의 고용 책임에 대해 그동안 하급심 판결들은 엇갈렸다. 법에 2년이란 파견 기간만 정하고 다른 요건들은 명시하지 않아서 빚어진 혼선이다.

대법원은 이날 적법·불법 여부와 상관없이 “파견 노동자를 2년 넘게 쓰면 원청회사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불법 파견 노동자를 써 법을 어긴 사업주가 적법한 사업주와 달리 직접 고용 부담을 지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사업주가 오히려 무허가 파견업체로부터 노동자를 받는 쪽을 선호하게 만들어 파견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당장 노동시장에 끼칠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파견법은 고용 의제 조항을 ‘고용 의무’로 바꾸면서, 2년 이상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면 직접 고용할 의무를 지웠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개정 파견법 시행 전에, 2년 이상 일하다가 해고된 불법 파견 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을 낼 수 있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지난 7월 ‘현대미포조선이 위장 도급 계약을 맺은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인정한 데 이어 이번 판결을 내놓은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옛 파견법 시행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대법원 판결이 나와 아쉽지만, 간접 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며 “원청업체가 ‘도급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불법 파견 책임을 피하려 하는 행태 등에 대해 법원의 엄격한 판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견 노동자 규모는 지난해 노동부가 7만5천명, 노동계가 17만5천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도급을 위장한 파견이나 무허가 파견 등 ‘불법 파견’은 통계에 잘 잡히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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