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역사교과서 집필진 동의없이 ‘수정’ 강행

등록 2008-11-30 19:41수정 2008-12-01 00:56

출판사 5곳 “교과부 지시 모두 따르겠다”
정부 손으로 첨삭지도…사실상 ‘직권수정’
집필진 “저작권 위배…법적대응도 불사”
정부가 출판사들을 직접 압박해 검정도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사실상 직접 뜯어고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금성출판사·두산동아·법문사·중앙교육진흥연구소·천재교육 등 5개 출판사들로부터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원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정할지는 출판사와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검정 교과서의 수정이 필요할 경우, 교과부가 출판사에 수정을 요구하면 출판사가 저자들에게 이를 전달해 저자들이 수정 여부를 판단해 왔으며, 출판사 쪽이 저자의 동의 없이 수정하는 일은 처음이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교과부가 교과서에 대한 저작권도 없는 출판사를 압박해 책임을 떠넘기는 야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교과서 수정을 강행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금성출판사 김인호 대표이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과부의 수정지시는 법령에 있는 직권 수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4500여명 임직원의 대표이사로서 교과서 문제로 회사 경영이 위험 수위에 이르러, 고통스럽지만 결단을 내렸다”며 “집필자들에게 상처를 입힌 점은 죄송스럽고, 법적·도의적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10월30일 5개 출판사 앞으로 교과서 수정권고안을 보낸 데 이어, 지난 26일 또다시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29건과 수정이 미진한 부분”에 대한 ‘수정 지시’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금성출판사는 33건의 수정 지시를 받은 상태다.

이에 대해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 등 금성출판사 집필자 6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집필자 이름이 명시돼 있는 책의 내용을 발행자가 임의로 바꾸는 것은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며 “저작권에 위배되고, 집필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강력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교과서의 부당한 수정과 교과부의 교과서 채택 개입으로 일어나는 모든 불상사의 책임은 교과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도 “교육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는데도 목적 달성을 위해 갖가지 압력을 넣는 정부의 태도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며 “국내외 역사학자, 역사교사, 역사 전공 대학원생들까지 교과서 수정 반대를 외쳤는데도 강행하는 모습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구본홍 ‘사장실서 농성’ 승부수
2010학년도 대입, 수시 1학기 폐지…2학기로 통합
아버지가 많아 참 행복하겠다 / 한홍구
전셋값 잇단 하락에도 세입자 ‘귀하신 몸’
[저공비행] ‘현대사 특강’ 아이들에게 약발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