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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치, 사진에 담다

등록 2008-12-16 15:51수정 2008-12-22 10:42

강창광 기자
강창광 기자
[연말특집] 강창광 사진기자가 돌아본 2008
올 4월께부터 국회를 비롯한 정치현장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근 10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정권 10년 간 정치권 취재에서 벗어나 있다가 한나라당 집권과 더불어 되돌아왔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는 국회의 주인인 의원들의 변모다. 하지만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몇몇은 여전히 ‘올드보이’로 남아있다.

2008년 한국정치 지형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10년 만의 보수정권의 탄생이다. 국민들은 지난해 압도적 표차이로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연이어 치른 총선에서도 보수정권에 승리를 안겨줬다.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과 무소속 의원을 합하면 개헌선도 훌쩍 넘는다. 한나라당은 거대여당으로 ‘속 빈 강정’과 같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최근 예산안 통과에서 보듯 의석수의 위력은 막강하다. 172석을 가진 공룡 여당이 ‘잃어버린 10년’을 바로잡겠노라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이 들어설 자리는 좁아보이기만 한다. 국정원법 등 이른바 이념법안의 상정과 강행처리를 놓고 여야 간의 몸싸움도 불 보듯 뻔하다.

촛불 정국 속에서 민의의 통로인 의회가 설자리는 없었다. 거리의 촛불이 이를 대신했다. 하지만 꺼지지 않는 촛불은 없는 법. 쇠고기 청문회를 시작으로 국회의사당의 불빛이 여의도를 밝히기 시작했다. 어찌된 일인지 거리에서 국회로 들어온 촛불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 보수세력의 역공이 법치주의의 외투를 입고 휘몰아쳤다. 거리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민주당은 국회에서도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10년 만의 야당이 낯설어서일까. 국정감사에서도 국정조사에서도 정기국회에서도 보수정권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적은 의석수만을 탓했다. 새해 예산안 통과 때 민주노동당은 몸으로, 민주당은 펼침막 시위와 본회의 불참으로 항의했다.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정치인들은 싸움만하고 지내는걸까. 케이블방송으로 국회 활동이 중계된다지만 국민들은 일상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을 맨살 그대로 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매일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는 정치인들은 적어도 국민들에게 욕먹을 만큼 나쁜 사람들만은 아니다. 그들의 일상은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함량미달 정치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 있는 정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가까이서 그들을 지켜볼수록 정치인은 아무나 해서도 안되고 아무나 뽑아서도 안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국민의 이름으로 행하는 숱한 정치활동 가운데는 자기 이속을 챙기는 거짓과 위선도 없지 않지만,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행정부를 감시·견제하기 위해 서류와 씨름하는 훌륭한 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들을 알아보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언론의 임무이고 기자의 책무이겠으나, 하루하루 정치뉴스에 쫓아가다보니 소홀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대중정치, 이미지 정치가 대세인 요즘, 오바마와 같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길 바래본다.


△ 2008 의회정치의 주역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 정권실세인 이재오 전 의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박근혜 의원이다. 한 사람씩 따로 글을 써도 될 만큼 2008년 정치 현장을 달군 인물들이다. 아마도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2009년에도 정치무대에서 주연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 같다.


△ 카퍼레이드 이명박 대통령 2월25일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날이다.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이 대통령은 당당해 보였다. 논란이 있지만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바라본다.


△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의 웃음 4월9일 강 대표의 표정을 시시각각 변했다. 출구조사에서 중간집계를 거쳐 최종 발표가 날 때까지 한나라당의 승리인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했다.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표정을 모두 찍을 수 밖에. 결론은 선방이었다. 기자회견을 계속 미루던 강 대표는 결국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 정운천 장관의 식은 땀 어쩌면 ‘조연’일지도 모르는 정 장관이 청문회 주인공으로 나왔다. 촛불 정국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그는 바짝 엎드렸다. 의원들의 호통 속에서 변명과 사과로, 때로는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그의 경질은 예견된 것이었고, 그 뒤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촛불이 지나가고 역풍이 분 뒤, 자연인으로 국회에 다시 불려나온 정 장관은 전혀 딴 사람이 되었다. 의원들의 질의에 격하게 맞서다가 제지당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쇠고기 협상의 주연이 아니라 진실을 몰라서 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것일까?


△ 18대 최연소 국회의원 31살의 최연소 국회의원에서 의원직을 돈으로 산 여성정치인으로 여론의 뭇매를 온 몸에 맞은 양정례 의원.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아 금배지가 위태로운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 활동을 하며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6.15 남북공동선언 8돌 김하중. 이명박 정부 첫 통일부 장관. 그는 공교롭게도 김대중 정부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사람이다. 그와 디제이의 공식적인 만남은 뉴스거리였다. 기자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뭐랄까 초등학생시절 선생님에게 뭔가 잘못해서 옆에 서 있는 그런 심정이 읽혔다. 애초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부를 없애려는 방침이었으니 그의 정부내 입지는 짐작할 만하다. 최근 김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디제이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에 두루뭉술하게 답하다가 욕설까지 듣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 ‘청와대 자료유출’에 관한 봉하마을의 입장 거침없는 노 대통령 다웠다. 노대통령은 사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전당대회에 자신을 초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권양숙 부인이 만류할 정도 였다. 이후 비공개 대화를 나눈 뒤 문밖으로 배웅을 나온 노 대통령은 자료 유출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빠뜨렸다며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 노대통령이 요즘은 다소 풀이 죽었을 것 같다. 형님도 후원자도 갇힌 신세가 됐으니 말이다. 그의 주변 인사에 대한 끝없는 수사 소식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 ‘형님 눈치보기’ 한나라당의 대표는 박희태이고 원내 대표는 홍준표 의원이다. 박 대표는 고령에다 원외라는 약점을 안고 거대 여당을 이끌고 있다. 대선주자도 아니다. 그러니 그에게 힘이 크게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 힘의 공백에 이상득 의원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니 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다소 억지춘향식이지만 ‘형님 눈치보기’라는 현상을 표현해보려 보도한 장면이다.


△ ‘낙하산 사장’ 반대 10월9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의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본홍 <와이티엔> 사장(오른쪽) 곁으로,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지나가고 있다. 구 사장과 노 위원장의 ‘맞대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구 사장 반대 투쟁을 이끌고 있는 노 위원장은 <돌방영상>을 와이티엔 최고 인기프로그램으로 올려놓았던 장본인으로 앵커로서도 활동했던 인물이다. 국정감사장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일으켰다. 그러나 돌발상황은 없었다. 논리대결로 이끌려는 노 위원장의 의도가 읽혔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투쟁동력을 잃지 않고 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의 대결은 현재 정부가 재허가 심사를 빌미로 노조를 압박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공정방송을 지키려는 이들의 희망이 꺾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팔짱 낀 신재민 차관 10월24일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신재민 문화관광체육부 차관이 이종걸 민주당 의원 질의에 팔짱을 끼고 답하다(맨왼쪽)가 답변태도가 성실치 못하다는 지적에 멋적은 표정을 지은 뒤(가운데), 손을 내리고 답하고 있다. 뻣뻣 자세로 답변하는 대표적 정무직 인사로 신 차관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1,2위를 다툰다. 이 날도 신차관은 작심한 듯 공격적으로 답하다가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도 지적이 잇따르자 마지못해 꼬리를 내렸다. 이를 감독해야 될 유인촌 장관은 마침내 이날 오후 한 의원의 이명박 정부의 ‘졸개'라는 표현에 씩씩거리다 이를 취재하던 사진기자를 향해 막말을 퍼붓는 추태를 벌였다.


△ 졸음11월5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왼쪽)과 국회 방청을 온 한 학생이다. 나른한 오후 지루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오해하시길 말길. 국회 본회의장은 특히나 국회 방청석에 한 번도 오지 않은 학생들이 꼭 와서 지켜봐야 할 산교육장이다.


△ 스타 의원 이들의 모습을 국회에서 볼 수 없어 아쉬움을 갖는 것은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공백이 유난히 커 보인다. ‘1당 열’을 해냈던 두 스타 의원. 강기갑 의원이 ‘백’의 자세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으나, 칼날같은 논리로 정부를 질타했던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이들의 부상과 함께 진보진영 부활을 기대해본다.


△ 민주노동당의 현주소 12월12일 밤, 예산안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의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의장석 옆에 있던 이정희 의원은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에게 끌려나오며 절규를 하고 있다(오른쪽). 5석은 172석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반대 정당’을 넘어 ‘대안 정당’으로의 성장과제를 안고있는 민주노동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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