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 변경” 실무협의 지시
정부가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바꿔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가 서울 신천동 일대 8만7182㎡의 터에 높이 555m(112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사업으로, 지금까지 국방부는 서울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며 반대해 왔다.
정부는 7일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어, 서울공항 서쪽과 동쪽 활주로 가운데 동쪽 활주로를 3도 변경해 이착륙 항공기의 비행안전을 확보하기로 하고, 롯데 쪽과 공군에 활주로 변경 관련 실무협의를 맡겼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7년 7월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경우 서울공항 비행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 의견을 받아들여 제2롯데월드 신축계획을 불허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뒤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를 명분으로 제2롯데월드 신축계획이 힘을 얻었고, 롯데는 지난 12월30일 서울시에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필요한 조처를 롯데 부담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롯데와 공군이 활주로 재포장, 항법장비 보강 등 필요한 실무기술 협의 결과를 문서로 작성하면 행정협의조정위 실무위가 이를 바탕으로 검토안을 마련하고,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롯데와 공군의 협의가 잘 풀리면 앞으로 한 달 안에 본회의에서 최종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를 3도 조정할 경우 500억~1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 성남시는 “정부가 40년 넘게 건축물 고도 제한으로 고통을 받아온 성남시민들의 무수한 요구를 외면하다, 갑자기 일개 기업을 위해 활주로 방향까지 바꿔 고도제한 규제를 해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에 앞서 성남시 고도제한도 현재 45m에서 193m로 완화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권혁철 기자, 성남/김기성 기자nura@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