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티브이’ 활동가들이 5일 저녁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 촛불집회’를 중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고 이상림씨 가게에서 ‘촛불 미디어센터’ 활동
‘촛불 방숭국’ 운영…1층 참사고발 작품 전시
‘촛불 방숭국’ 운영…1층 참사고발 작품 전시
“매일 저녁 7시, 이곳에서 누리꾼 티브이를 통해 용산 촛불집회가 생중계됩니다.”
‘용산 철거민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바로 뒤편에 자리한 레아호프 2층. 5일 촛불시민연석회의의 허경씨는 웃으며 지난 3일 문을 연 촛불미디어센터를 소개했다. 촛불시민연석회의는 지난해 여름 ‘쇠고기 촛불’부터 지난 1월 ‘용산 촛불’까지 거리에서 촛불을 밝혀 온 시민들의 모임이다.
이날 오후 센터 안은 ‘용산 촛불집회’를 중계하기 위한 ‘누리꾼 티브이’ 활동가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거웠다.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센터에 ‘촛불방송국’을 열어 교육·의료·민영화·비정규직 등 다양한 촛불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허씨는 “센터가 의미를 갖는 것은 장소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센터가 차려진 건물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고 이상림(71)씨가 지난 20여년 동안 ‘한양갈비’라는 이름의 음식점을 운영했고, 용산 참사 직전까지 호프집으로 업종을 바꿔 아들 내외와 생계를 이어간 곳이다. 건물 1층에는 용산 참사를 고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레아 갤러리’가 꾸며졌다.
박래군 용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촛불미디어센터의 개소는 2005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운동 때 선보였던 ‘빈집 점거’ 운동의 시작을 뜻한다”며 “앞으로 ‘용산 지킴이’들을 모아 이 용산4구역 빈집들을 하나하나 점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택 운동 때 큰 반향을 일으켰던 문화·예술 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르포 작가 15명은 평택 농민들의 사연을 모은 <들이 운다>와 비슷한 구술집 <여기 사람이 있다>(삶이 보이는 창)를 최근 펴냈다. 책에는 개발 광풍에 밀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고양 풍동, 수원 권선 3지구 철거민 등의 사연이 담겼다. 연극인들은 지난달 20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남일당 옆 골목에서 작은 문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10일에는 청주의 예술인 모임 ‘두레’와 대구의 노래패 ‘좋은 친구들’ 등이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용산 참사와 함께하는 예술가들’은 4일 부산을 시작으로 용산 참사를 고발하는 ‘망루전’(亡淚展) 순회 전시에 들어가고, 연세대 총학생회와 문화연대는 23일부터 이틀 동안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용산 참사 유가족을 돕기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연다.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은 “용산 참사 100일과 ‘쇠고기 촛불’ 1년을 맞는 5월 초에 참사 책임자들을 국민 법정에 세우는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김민경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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