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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뒤늦게 빛 본 ‘내 머릿 속의 아버지’

등록 2009-04-21 19:08

윤경자(68)씨
윤경자(68)씨
독립운동가 윤기섭 전기 출판 앞둔 큰딸 경자씨
만주서 독립군 양성…한국전쟁 때 납북
‘4월의 독립운동가’ 선정·국적취득 ‘복권’

독립운동가 규운 윤기섭(1881~1959) 선생은 오랜 시간 잊혀진 이름이었다. 22일 부친 윤기섭 선생의 전기 출판기념회를 앞둔 큰딸 경자(68·사진)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이 터진 뒤 두 달. 서울 불광동으로 낙향해 토마토와 땅콩 농사를 짓던 윤 선생에게 하얀 와이셔츠 차림에 지프차를 탄 손님이 찾아왔다.

“상의 드릴 일이 있는데 선생님은 집에 계신가?” 1950년 8월, 여덟 살 꼬마였던 경자씨는 이웃 동네로 일 나가신 아버지에게 뛰어가 “손님이 오셨다”고 전했다. “아버지께서 집을 나가서면서 ‘4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이르면 저녁, 늦으면 내일이나 오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것으로 영영 끝이었죠.”

전쟁은 끝났지만, 부친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부친과 함께 납북됐던 김규식·조소앙·엄항섭 선생 등 쟁쟁한 임시정부 계열 독립운동가들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잊혀진 납북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윤 선생은 얼마 전 국가보훈처의 ‘4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22일에는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민족혁명가 윤기섭>의 출판 기념회도 열린다.

경기 파주 장단 출신인 윤 선생은 어린 시절 철원의 문장가 박초양 선생에게 한학을 배운 뒤 1909년 서울 보성학교를 수석 졸업했다. 이후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교장, 상하이 육군 무관학교 교관으로 독립군을 양성했다. 김광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전기 <… 윤기섭> 책 머리에 “윤 선생은 구한말 신민회부터 임시정부 요인으로 환국할 때까지 줄기차게 독립전쟁을 호소하며 교육구국운동을 펼쳤다”며 “많은 어려움에도 신흥무관학교가 명맥을 유지한 데는 그의 희생이 컸다”고 적었다.

경자씨가 부친의 소식을 다시 들은 것은 40년만인 89년 <신동아> 4월호를 통해서 였다. “부친이 59년 숨져 평양 애국열사릉에 모셔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그는 지난 2006년 10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회장 김자동)와 함께 평양을 찾아 57년 만에 부친의 묘 앞에 술 한 잔 올릴 수 있었다.

납북될 때 윤 선생은 50년 5월 30일 치뤄진 2대 민의원 선거에서 옥중 당선된 국회의원 신분이었지만 무국적 상태였다. 그는 지난 13일 임시정부 설립 90돌 행사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되찾았다. 경자씨는 “잊혀졌던 아버지의 숨은 공이 늦게나마 빛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글·사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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