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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참여의 기억이 현실 바꾸는 작은 불씨 될 것”

등록 2009-05-03 18:52수정 2009-05-03 19:04

민주주의 후퇴 지켜보면서도 촛불은 계속 침묵
“정치적 주체 발전못해” 거리의 정치 한계 지적
“억눌렸던 분노가 재보선 결과로 표출” 분석도




‘촛불 1년’ ② 성과와 한계

지난해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명박 정부에겐 깊고 광범위한 ‘촛불 트라우마’를 안겼고, 대선 참패로 위축됐던 범진보 세력에게는 대중과 단절된 운동 방식을 고쳐 거듭나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이명박 정부가 받은 충격의 깊이는 지난 1년 동안의 행보를 보면 또렷해진다. 정부는 촛불이 잠잠해지기 무섭게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 처리에 나섰다. 지난 3월 현재 구속자 44명을 포함해 모두 1647명이 사법 처리됐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촛불집회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은 사법 처리자를 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다양한 ‘민주주의적 가치’들의 후퇴를 지켜봐야 했다.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해임, 이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의 <와이티엔> 사장 낙하산 임명, ‘미네르바’ 박대성(31)씨 구속, 보수 성향 신문의 광고주들에 대한 항의 운동 처벌,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 ‘용산 철거민 참사’, 촛불 시민단체들에 대한 준법 서약 강요 등이 이어졌다.

1년 전 촛불 현장을 지켰던 안진걸 민생민주국민회의 정책팀장은 지난 1년에 대해 “1970년대 권위주의 시기로 회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꺼진 촛불은 다시 타오르지 않았고, 사회 일각에서는 촛불로 상징되는 ‘거리의 정치’에 대한 비관과 냉소가 퍼지고 있다. 그런 탓에 촛불의 의미를 둘러싼 고민은 진보진영 안에서조차 ‘현재 진행형’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국사학)는 “이제 1년 지난 시점에서 촛불집회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3·1 운동 1년 뒤에 성공이었나, 실패였나를 묻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3·1 운동도 처참하게 진압됐지만, 이후 일제 식민통치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결국 문제는 촛불 이후 정권의 대응이다. 한 교수는 “일제는 무력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식민정책을 바꿨고, 그 틈에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이 생겨났다”며 “이명박 정부는 선출된 권력이라는 점만 빼면 일제보다 더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촛불의 한계에 좀더 주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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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촛불 비관론의 기저에는 ‘대중이 언제 모이고, 언제 분노하는지 알 수 없다’는 진보진영의 불안 심리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촛불 이후 대중들은 정권의 ‘폭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결국 ‘침묵’을 택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대중의 침묵이 정권의 탄압 때문인지,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는 중산층의 거부 심리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촛불이 사회 변화를 이루기 위한 ‘정치적 주체’로 발전하지 못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촛불의 최종적인 교훈은 결국 ‘거리의 정치’로는 문제를 풀 수 없고 제도정치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점”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촛불과 정치가 맞닿을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촛불집회는 ‘권력 정치’가 아닌 개인의 건강과 복지라는 ‘생활 정치’에서 시작됐고, 운동의 주체도 ‘결집된 단체’가 아닌 ‘자발적 대중’이었던 만큼, 변화한 대중의 열망을 제도 정치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도권’에 균열이 생기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촛불을 연결짓는 분석도 나온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경기도 교육감 선거와 4·29 재보선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한 촛불의 외침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당선으로 이어졌고, 1년 동안 억눌렸던 촛불의 분노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지금은 위기 상황이지만 촛불로 인한 ‘참여의 기억’이 엄혹한 상황을 바꾸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촛불의 경험이 소중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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