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이날 오전 경찰청 앞에서 연행된 시민단체 회원들을 만나려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했다가 정문에서 가로막히자 먼저 들어간 동료들과 창살 사이로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한국진보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 6명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촛불 1돌 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초기 통제안해 커져…”
공권력이 ‘촛불집회’에 대해 전례 없는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4일 ‘도심 집회 연행자를 원칙적으로 전원 입건·기소한다’는 방침을 밝힌 뒤, 2일 열린 촛불집회에서 붙잡힌 1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강제연행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5~6월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한 달 넘게 사실상 ‘점거’했을 때도 이런 극단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검·경의 강경 대응은 우선 지난해 촛불집회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촛불집회의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는 정권 내부의 뼈저린 반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초기 대응에 실패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이 100일 넘게 반정부 투쟁에 나설 빌미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2일 촛불집회가 시작된 뒤,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전까지 경찰은 “집회가 아닌 야간 문화제”라는 주최 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적극적인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이후 집회가 커지자 경찰은 서울광장 등 주요 집회장소를 ‘차량벽’으로 막고,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 대응을 했다.
대검은 이런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경찰청, 노동부 관계자들과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선제적·적극적인 해산 및 검거’ ‘단호한 현장 조처’ 등의 대응방침을 마련했다. 이런 기조는 30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집회에서 221명이 무더기로 연행되고, 이 가운데 15명이 구속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사태를 낳았다.
여기에다 올해 경제위기로 중산층의 집회 참여가 적다는 점, ‘시위대가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망쳤다’는 보수 성향의 여론 등도 검·경의 대응 수위를 높이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시위 세력의) 동력도 그렇게 많지 않고, 하이서울 페스티벌 행사를 방해한 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의 강경 대응과 함께 서울시도 민·형사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혀,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앞으로 몰아칠 ‘촛불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폭력적으로 변한 시위대에도 잘못이 있지만, 지금의 대응 수위가 합리적인지 공권력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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