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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철거민 합의금조차 ‘갈취’로 옭아매

등록 2009-05-07 14:30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용산구 철거민 이아무개(41)씨가 재개발조합과 건설사로부터 5천여만원의 합의금을 받고 5년여에 걸친 철거 반대운동을 끝내겠다고 서명한 합의서. 이씨는 이 문서에 대한 법무법인의 공증까지 받았다.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용산구 철거민 이아무개(41)씨가 재개발조합과 건설사로부터 5천여만원의 합의금을 받고 5년여에 걸친 철거 반대운동을 끝내겠다고 서명한 합의서. 이씨는 이 문서에 대한 법무법인의 공증까지 받았다.
용산5가 5년만에 받아낸 5천여만원
‘공갈죄’ 엮어 전철련 간부 2명 구속
이미 벌금형 받아 ‘이중처벌’ 논란도
경찰이 5년에 걸친 ‘철거투쟁’을 끝내고 재개발조합·시공사와 합의를 끝낸 철거민들을 다시 공갈죄로 구속해 철거·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일부 철거민은 지난해 10월 재개발 공사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이미 한 차례 처벌을 받은 바 있어 ‘이중처벌’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재개발 공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조합 등에서 합의금 5710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연대사업국장 장아무개(44·여)씨와 조직강화특위 위원 정아무개(52·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서울 용산구 용산5가 19번지 철거민 이아무개(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전철련 회원 80여명을 동원해 용산5가동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작업을 방해한 뒤 같은 해 12월 재개발조합 등으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용산5가동 구역은 ‘용산 참사’가 발생한 한강로3가와는 다른 구역이다.

이에 대해 철거·인권단체들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는 등 한 차례 처벌을 받았다. 특히, 이씨는 석방된 뒤 조합·시공사들과 합의서까지 작성해 법률사무소에서 공증을 받은 사실이 6일 <한겨레> 취재로 확인됐다.

이씨가 지난해 12월24일 재개발조합과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시공사와 맺은 합의서를 보면, 이씨는 철거 반대운동을 접는 대가로 조합과 건설사로부터 주거이전비(2천만원), 생활지원비(2천만원), 이사비(1천만원), 부상자에 대한 위로금(500만원), 임시 주거비(210만원) 등 5710만원을 받았다. 양쪽은 또 둘 사이에 오간 민·형사 소를 모두 취하하고, 조합 쪽은 법원에 이씨의 탄원서를 내기로 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은 갈 곳이 없는 이씨에게 성북구 삼선동에 임대주택도 알선했다. 서울 용산서 정보과 관계자가 직접 중재에 나서 이런 합의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한 경찰 간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한 사안에 공갈죄를 적용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철거민 조직을 엄벌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합의서’에 서명한 재개발조합 간부와 건설사 담당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씨 사건은) 이미 끝난 사안 아니냐”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번에는 공사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된 것이고, 이번에는 조합 등을 협박해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라며 “죄가 있으니 수사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박래군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경찰은 무리한 법적용으로 철거민을 공갈범으로 몰고 이중처벌했다”며 “경찰 수사가 중심을 잃는 것은 집회 참가자들을 마구 연행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문제”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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