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편가르기’ 경계…사퇴 요구엔 강온 갈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간여 파문을 둘러싸고 판사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이 사법부 내부에 대한 ‘편가르기’에 나섰다. 고위직 대 소장 판사, 진보 대 보수로 법관들을 나누고 쪼개어 견해차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특정 성향의 판사들이나 특정 모임이 반발을 주도해 사법부가 내홍을 겪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우리법연구회’를 이번 반발의 진앙으로 지목한 기사도 있다.
그러나 일선 법관들은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사태에 대한 대응과 이념적 지향은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정치적 시각에 경계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14일 “재판 개입 사태를 이념과 세대의 대립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 대법관의 행위가 심각한 잘못이라는 데 이견이 있는 판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직이나 중견 판사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장 판사들과 판이한 의견을 가졌다고 보는 건 잘못”이라며 “다만, 판사가 다른 판사에게 ‘나가라’고 직접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견해차가 있는 정도”라고 했다.
신 대법관에 대해서는 고위직 법관들이나 대법원장의 ‘참모 조직’으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도 조심스럽지만 비판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한 간부는 “이용훈 대법원장도 비록 징계라는 수단을 쓰지는 않았지만 ‘엄중 경고’라는 표현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 법관은 “신 대법관이 (물러나는 시기에 관해) 실기를 한 것 아니냐”고 말해, 사퇴 불가피론을 내비쳤다.
지위와 성향에 따른 반응의 차이가 거의 없는 까닭은, 법관들이 이번 사태에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용우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는 판사 개인의 비리가 아니고 법원의 존재 이유와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옛날처럼 시간이 흐르면 치유되는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정부지법 윤태식 판사는 지난 12일 공개한 글에서 자신을 “보수에 가까운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저는 지금 보수와 진보, 또는 촛불시위의 정당성 여부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 대법관님의 당시 행위는 명백히 재판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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