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맨 오른쪽)와 치안 관계 장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총리실에서 대규모 집회 관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집회시위 관리지침’ 보니]
불법·폭력 우려있으면 금지
강행땐 장소선점 무산케
진입로 등 검문검색 강화
불법·폭력 우려있으면 금지
강행땐 장소선점 무산케
진입로 등 검문검색 강화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인 올해 집회·시위에 대한 기조를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기존의 방어적 태세에서 ‘공격적 대응’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집회·시위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양상뿐 아니라 경찰의 내부 문서 등에서도 확인된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압살되는 비상시국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작성된 ‘2009년 집회시위 관리지침’이라는 제목의 경찰청 내부 문건을 보면, 경찰은 그동안의 ‘방어적 질서 유지’ 태세에서 벗어나 “불법 폭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집회는 신고 단계부터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집회 대응 기조를 바꾸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금지된 집회가 강행되면 사전에 충분한 병력으로 예상 장소를 선점해 집결을 무산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집회 장소와 진입로 등에 강도 높은 검문·검색을 실시해 불법 심리를 약화시킨다”는 등의 세부지침도 마련했다.
현장에서 경찰차 벽을 부수는 등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물포와 고춧가루 성분인 캡사이신 성분이 섞인 분사기를 사용해 현장 검거를 하고, 현장 검거가 어려우면 해산 과정에서 추적조를 운영해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붙잡기로 했다. 또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에 대해서는 ‘변형 불법집회’로 간주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런 강경 기조는 ‘촛불 1돌’ 기념집회 대응 과정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일 서울역 앞 광장과 청계광장에 집회 신고가 들어오자 “불법·폭력 시위로 번질 수 있다”며 ‘금지 통고’를 했고, 집회 강행 방침이 확인되자 경찰력을 투입해 집회 예정지에 시민 출입을 막았다. 또 이날 하루에만 112명을 연행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잡지 못한 시민들까지 추적해 20일 현재 9명을 구속하고 90여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경찰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를 ‘금지’ 또는 ‘제한’해 집시법을 사실상 허가제로 만들었다”며 “이는 헌법으로 보장된 시민적 권리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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