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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무현 전 대통령, 귀향에서 서거까지

등록 2009-05-23 14:39수정 2009-05-24 04:02

환호 속 고향 안착→‘박연차 게이트’로 비극적 결말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고향인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돌아온 뒤 친환경 농법 운동에 나서고 사저를 찾은 방문객들과 소탈한 대화에 나서는 등 권위를 떨쳐버려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형 건평 씨의 구속 등 가족들이 잇따라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면서 장기 칩거에 들어가는 영욕을 겪었고 특히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과문 발표 이후 검찰 소환 수모 속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환호 속 고향 안착 =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5일 서울에서 열린 퇴임식 직후 KTX를 타고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와 1만명이 넘는 환영인파의 큰 박수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 당시 47분간의 연설을 통해 "지난 5년간 대통령직을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떻냐"며 "그냥 열심히 했으니 예쁘게 봐 달라"고 말했다.

연설 끝 부분에서 "야~ 기분좋다"는 말로 사상 처음으로 귀향한 퇴임 대통령의 심경을 표현했다. 퇴임 후 생활의 첫발은 그만큼이나 경쾌했다.

◇친환경운동 실천..분주한 행보 = 노 전 대통령은 귀향 후 지난해 3월부터 봉하마을 주변 하천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고 습지인 화포천 환경정화활동을 벌이면서 봉하마을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봉하마을 주민들이 작목반을 구성해 재배한 '노무현표 봉하오리쌀'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불티나게 팔리며 봉하마을이 친환경재배를 통한 주민소득 증대의 모델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이 가져온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의 대표적 '관광자원'이 됐고 실제로 봉하마을은 하루 최고 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김해의 최고 관광지로 떠올랐다.

◇'기록물 유출 논란'으로 타격 =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잇따른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귀향 4개월여 만에 불거진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이 일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기도 했고, 전.현직 대통령 주변 인사들간의 설전 끝에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 기록관에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반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나라당이 '사이버 상왕 정치'라고 비판한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 사이트 개설이나 노 전 대통령의 사저 공시가격 논란 등 각종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갔다.

◇ 형 구속으로 칩거..활동 위축 = 고향 주민의 지지 속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귀향 첫해의 마지막을 사실상 '칩거'라고 할 만큼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친형인 건평씨와 자신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돼 각각 지난해 12월4일과 같은달 12일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의 구속 직후인 지난해 12월5일을 마지막으로 방문객들과 인사하는 일정을 없애고 외부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사실상의 '칩거'에 들어갔다.

◇'박 게이트'에 가족 연루..침통한 일상 = 형과 자신의 오랜 후원자를 구속한 '박연차 게이트'에 권 여사와 자녀까지 연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가족형 비리'라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지난달 7일 '권 여사가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설 자리를 잃었고 같은달 30일에는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로 검찰에 소환되는 비운의 전직 대통령이 됐다.

특히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성을 강조했던 자신과 가족들이 부정한 돈에 연루된 상황에 침통해 했고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도 사실상 폐쇄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권 여사를 비롯해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등 가족 모두를 소환한 데 이어 권 여사를 다시 소환하고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등 계속적으로 압박해 들어오자 결국 영욕으로 가득 찬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비극적 선택을 했다.

“5년뒤에도 웃겠다”던 꿈 끝내…

[%%TAGSTORY1%%]

황봉규 기자 bong@yna.co.kr (김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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