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왼쪽 셋째)와 최고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최고위원회를 하기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여야 정치권 표정
분향소 마련 조문행렬…‘후폭풍 뭘까’ 긴장감
“정권에 부담 가능성” “일방적 국정운영 제동”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23일 여야 정치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은 긴급 주요 당직자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불러올 후폭풍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정치적 언급은 자제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내내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중인 박희태 대표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24일 새벽 비행기로 귀국하기로 했다. 동행한 김효재 비서실장은 “박 대표가 ‘너무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짧은 묵념을 올린 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대책과 향후 정국 운영 대책 등을 논의했다. 또 김병철 경찰청 수사국장한테서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현황 보고를 받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보를 접한 우리들은 모두 충격에 싸여 있고 비통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국민과 함께 이 슬픔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와 정몽준·공성진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조문길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말을 아꼈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의 결과로 읽혀, 결국 이명박 정부를 향한 분노로 되돌아와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중진 의원은 “사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비해 받은 액수도 적고, 그것도 대가성이 있는 게 아니라 오랜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자녀 유학자금으로 받은 것”이라며 “사안에 비해 과도한 검찰 수사가 이미 정치보복으로 비춰지고 있고, 이런 것이 증폭되면 10월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도 “누가 봐도 무리한 수사였고, 이를 묵인한 현 정권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여론이 정권에 부담 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 한편에선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의 변화가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후 당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향후 정국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는 물론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선을 그어온 ‘배제의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기본적으로 정국 전체를 뒤흔들 만한 사안”이라며 “이번 국면은 청와대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며 당·청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도 비통함에 휩싸인 가운데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연 뒤 오후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가 조문했다. 민주당에는 침통함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검찰 수사가 이런 불행한 사태를 불러왔다는 분노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보복’, ‘표적수사’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해온 민주당은 이날 정치적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모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국민들이) 다 알 것이다. 우리가 요란떠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외국 출장에 나가 있는 의원들을 조기 귀국시켰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와 전국 시·도당사에 분향소를 차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노 전 대통령이) 비록 최근 박연차 회장 사건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기는 했으나, 우리 국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청문회 스타로 개혁을 하고자 했던 젊은 제16대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서거 소식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며 “서거 과정과 이유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가 조속히 밝혀져야 하겠지만, 그는 분명 우리의 대통령이었고, 국민은 그를 퇴임 후 고향에서 소박한 삶을 영위하려 했던 대통령으로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도 이날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고 애도의 뜻을 밝힌 뒤 조문에 나섰다. 국회는 25일 오전 김형오 의장 주재로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는 기관장회의를 열어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정권에 부담 가능성” “일방적 국정운영 제동”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23일 여야 정치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은 긴급 주요 당직자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불러올 후폭풍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정치적 언급은 자제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내내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중인 박희태 대표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24일 새벽 비행기로 귀국하기로 했다. 동행한 김효재 비서실장은 “박 대표가 ‘너무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짧은 묵념을 올린 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대책과 향후 정국 운영 대책 등을 논의했다. 또 김병철 경찰청 수사국장한테서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현황 보고를 받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보를 접한 우리들은 모두 충격에 싸여 있고 비통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국민과 함께 이 슬픔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와 정몽준·공성진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조문길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말을 아꼈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의 결과로 읽혀, 결국 이명박 정부를 향한 분노로 되돌아와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중진 의원은 “사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비해 받은 액수도 적고, 그것도 대가성이 있는 게 아니라 오랜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자녀 유학자금으로 받은 것”이라며 “사안에 비해 과도한 검찰 수사가 이미 정치보복으로 비춰지고 있고, 이런 것이 증폭되면 10월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도 “누가 봐도 무리한 수사였고, 이를 묵인한 현 정권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여론이 정권에 부담 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 한편에선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의 변화가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후 당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향후 정국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는 물론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선을 그어온 ‘배제의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기본적으로 정국 전체를 뒤흔들 만한 사안”이라며 “이번 국면은 청와대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며 당·청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뒷줄 가운데)와 당직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회의를 마친 뒤 조문을 가려고 침통한 표정으로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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