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알리는 방송사 뉴스를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시민·노동·법조계·학계
“이제라도 정당하게 공적이 평가돼야 할 것”
“퇴임 뒤 부정적 면 확대하는 문화 돌아봐야”
“정치적이지 못한 사람…분하고 미안하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시민·사회·종교단체들과 각계 원로들은 충격 속에서 일제히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인사들은 “한 시대가 끝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시민·사회단체 “가슴아픈 일” 한목소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보수’든 ‘진보’든 성향 차이를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대통령이 된 분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정치검찰’, ‘사법살인’ 등 문제가 제기되겠지만 지금은 슬픔을 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대변인도 “이제라도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 지역감정 극복, 남북관계 개선 등 공적이 정당하게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임은주 사무처장은 “집권 당시 이념적으로 반대편에 있었지만, 5년 동안 나라를 이끌었던 분이 애처롭게 서거한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처장은 “경제·사회적인 악영향이 없도록 정략적 악용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착잡한 노동·법조계 노 전 대통령이 노동 문제를 주로 다루던 인권변호사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법조계와 노동계도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송호창 사무처장은 “노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서 민변의 창립멤버이자 회원이었던 분”이라며 “노 전 대통령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어 왔는데, 한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이 스러진 만큼 가슴이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노동계에도 큰 충격”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정치권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학계·문단 “한 시대가 끝났다” 학계에서도 진보·보수를 따지기에 앞서 깊은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보수적 학자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학)는 “어떤 이유에서건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한 가슴 아픈 일”이라며 “대통령 퇴임 뒤 부정적인 면을 확대하는 정치문화의 한 단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의해 부패 혐의로 조사 받던 끝에 자살했다는 건 전세계적인 ‘정치 사건’”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통의 표현인지, 결백을 주장하는 노무현식 표현방식인지가 언젠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시대정신을 대변하던 노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에 분노가 치민다”며 답답해했다. 소설가 이순원씨는 “비겁하게 숨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명백한 정치보복의 끝”이라며 안타까워했고, 소설가 김연수씨는 “정치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분하기도 하고, (노 전 대통령에게는)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지금 시점에서 얘기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며 말문을 열지 못했다. 홍석재 박수진 이세영 기자 forchis@hani.co.kr
“퇴임 뒤 부정적 면 확대하는 문화 돌아봐야”
“정치적이지 못한 사람…분하고 미안하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시민·사회·종교단체들과 각계 원로들은 충격 속에서 일제히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인사들은 “한 시대가 끝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시민·사회단체 “가슴아픈 일” 한목소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보수’든 ‘진보’든 성향 차이를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대통령이 된 분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정치검찰’, ‘사법살인’ 등 문제가 제기되겠지만 지금은 슬픔을 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대변인도 “이제라도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 지역감정 극복, 남북관계 개선 등 공적이 정당하게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임은주 사무처장은 “집권 당시 이념적으로 반대편에 있었지만, 5년 동안 나라를 이끌었던 분이 애처롭게 서거한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처장은 “경제·사회적인 악영향이 없도록 정략적 악용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착잡한 노동·법조계 노 전 대통령이 노동 문제를 주로 다루던 인권변호사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법조계와 노동계도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송호창 사무처장은 “노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서 민변의 창립멤버이자 회원이었던 분”이라며 “노 전 대통령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어 왔는데, 한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이 스러진 만큼 가슴이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노동계에도 큰 충격”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정치권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학계·문단 “한 시대가 끝났다” 학계에서도 진보·보수를 따지기에 앞서 깊은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보수적 학자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학)는 “어떤 이유에서건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한 가슴 아픈 일”이라며 “대통령 퇴임 뒤 부정적인 면을 확대하는 정치문화의 한 단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의해 부패 혐의로 조사 받던 끝에 자살했다는 건 전세계적인 ‘정치 사건’”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통의 표현인지, 결백을 주장하는 노무현식 표현방식인지가 언젠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시대정신을 대변하던 노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에 분노가 치민다”며 답답해했다. 소설가 이순원씨는 “비겁하게 숨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명백한 정치보복의 끝”이라며 안타까워했고, 소설가 김연수씨는 “정치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분하기도 하고, (노 전 대통령에게는)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지금 시점에서 얘기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며 말문을 열지 못했다. 홍석재 박수진 이세영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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