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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족·측근에 친구까지 옥죄며 ‘저인망 수사’

등록 2009-05-23 21:15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일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검찰수사 어땠기에

태광실업 세무조사 시작 10개월간 압박
소환조사 내용흘리며 ‘여론재판’ 몰고가

‘가족도, 측근도, 친구도 ….’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은 대부분 수사망을 피해 가지 못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수사이기 때문에 다른 수사보다 더 철저하게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토로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 남긴 것처럼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느꼈음 직하다.

불행한 결과를 낳은 이번 수사는 지난해 11월 국세청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고발하고, 동시에 검찰이 세종증권을 압수수색하며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박 전 회장이 수사 대상에 올랐고, 형 노건평씨도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구속됐다. 당시 “형이 그럴 리 없다”던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겨눌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듯하다.

노건평씨와 박 전 회장의 구속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던 수사는, 올해 3월 중순부터 다시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검찰의 가장 큰 ‘무기’는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친지, 측근, 친구 등 주변 인물들에 대해 속속들이 진술한 박 전 회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에 대한 ‘처리’는 지난 3월23일 1억원 수수 혐의로 체포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신호탄이 됐다. 박 전 수석은 사법시험 공부를 함께한 노 전 대통령의 후배다. 3일 뒤에는 ‘오른팔’ 이광재 의원이 구속됐다. 이어 4월7일에 ‘집사’이자 ‘친구’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됐다.


600만달러 수수 의혹 수사를 공식화한 검찰은 4월10일 조카사위 연철호씨를 체포하며 가족과 친·인척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이튿날 부인 권양숙씨를 부산지검으로 불러 조사했고, 12일에는 아들 노건호씨를 소환했다. 이후 처남 권기문씨는 물론, 딸 노정연씨마저 40만달러 송금 사실이 불거지며 지난 11일 검찰에 불려나와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횡령 혐의로 지난 4월 대전지검에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이 나 때문에 모진 고초를 겪는다”며 안타까워했고, 강 회장은 지난 20일 공판에서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왼팔’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대전지검과 대검 중수부에서 연거푸 조사를 받았다. 이번 수사의 ‘대미’에 해당하는 노 전 대통령 자신은 지난달 30일 봉하마을에서 대검으로 천릿길을 불려 올라와 조사를 받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무려 6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느꼈을 중압감이 막대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내란과 반란죄 등 혐의가 더 무거웠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1995년 10월 국회에서 비자금이 폭로된 이후 두 달이 채 안 된 12월3일 구속됐다. 수사 초기 “사용처는 중요하지 않다”던 검찰은 이후 방향을 바꿔 사용처 조사에 집중했다. 이때부터 수사는 노 전 대통령 주변을 ‘풍비박산’ 내는 듯한 모양새로 흘러갔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여부 결정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구속 이후로 미뤘는데, 이는 ‘정치적 균형’을 위한 전략적 고려 때문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기간 언론에 억대 명품시계 수수 의혹이나 자녀들의 미국 저택 문제,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회장의 대질조사 대화 내용 등이 흘러나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기소되기도 전에 ‘여론 재판’의 법정에서 뭇매를 맞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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