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주목을 받고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이 23일 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어두운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서하면서, 천신일(66)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박연차 로비’ 사건과 관련된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23일 나머지 수사의 진행 여부에 대해 “지금 상황은 (박연차 로비 관련) 다른 사건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직접적인 언급 자체를 꺼렸다. 그러나 23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천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일단 뒤로 미뤄졌다.
임채진 검찰총장과 문성우 대검찰청 차장 등 검찰 지휘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4시간가량 비상회의를 열어 “다른 사건에 대해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의 사인에 대한 검시 지휘 등 뒷수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초에 소환하려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소환도 연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은 다른 사건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전날까지도 검찰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본격 소환을 예고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검찰은 22일 천 회장을 세번째 불러 조사했으며, 지난해 총선 때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최철국(57·경남 김해을) 민주당 의원도 불러 조사했다. 지난 21일엔 이택순(57) 전 경찰청장을 불렀다. 이 때문에 검찰청 안팎에선 “검찰 수사가 ‘전·현직 정·관계 인사’라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던 터였다.
검찰 관계자는 “막바지 수사 단계에서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박연차 로비 수사에 대한 내부적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이미 증거가 드러난 천 회장 등에 대한 ‘신병 처리’ 절차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난 뒤 적절한 시점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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