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부의장(왼쪽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23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검이 안치된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영안실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연합뉴스
침통한 측근들
“퇴임 뒤 소박하지만 봉사하는 삶 원해…”
‘믿을수 없는 소식’ 서로 확인하며 병원으로
“퇴임 뒤 소박하지만 봉사하는 삶 원해…”
‘믿을수 없는 소식’ 서로 확인하며 병원으로
23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듣고 김해 봉하마을로 잇따라 달려온 측근들과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은 “너무나 큰 충격”이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인사들은 현 정권의 무리한 수사가 초래한 사실상의 ‘정치적 타살’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 도착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못 지켰으니 죄인이 됐다”고 자책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지켜야 할 진실이 있는데 아무도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전직 대통령을 마치 시정잡배처럼 몰아붙였다”며 “그가 자신의 진실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은 그것뿐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만 흘렸고,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기명 전 후원회장도 “더러운 정치가 한 나라의 대통령을 잡아먹었다”며 “보이지 않는 괴물에 의한 타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20년간 곁에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돈 받을 사람이 아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죽음으로 정치에 엄중 항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오랜 후원자로,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소식을 접하고 “서럽게 통곡했다”고 임정수 변호사가 전했다. 임 변호사는 “‘돈 욕심이 전혀 없던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 선택을 했겠느냐’ ‘이런 세상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강 회장이 접견 내내 울었다”고 전했다.
측근들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성격이 곧고 여린 면도 있는 분이시라 이런 치욕을 겪으며 잘 견디실까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까지 될지는 예상 못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허 전 장관은 또 “5월 말쯤에 (측근 가운데) 나이 든 몇 명이 봉하마을에 내려가 보자고 얘기했는데, 너무 아쉽고 경황이 없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서 돌아가신 분한테 너무나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울먹였다. 김 전 실장은 “오전에 측근들끼리 통화를 했는데 서로들 놀라서 사실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들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친노 인사들도 충격에 빠졌다. 최인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너무 큰 충격이라 지금 당장 할 말이 없다. 눈물밖에 안 나온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겠나.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원호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부산지역 전 열린우리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의 모임인 ‘희망부산 21’의 강용호 대표는 “오죽했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겠느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과 20년 남짓 정치적 인연이 있는 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누구에게 돈을 요구하고 그런 분이 아닌데 마치 그런 사람인 것처럼 비치니까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며 “침통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국외에 머물고 있는 참여정부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서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을 방문중인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바로 봉하마을로 향했고, 외국 출장중인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서 연수중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착잡하다”며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인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은 “비통한 심정이다. 유서까지 준비했다니 하실 말씀도 많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전 비서관은 “비서관으로 재직중 미국에 2007년 12월 마지막 출장을 와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정리한 책을 구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처럼 퇴임 뒤에 소박하지만 봉사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했다”고 회고했다. 김수헌 기자, 연합뉴스 minerva@hani.co.kr
국외에 머물고 있는 참여정부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서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을 방문중인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바로 봉하마을로 향했고, 외국 출장중인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서 연수중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착잡하다”며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인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은 “비통한 심정이다. 유서까지 준비했다니 하실 말씀도 많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전 비서관은 “비서관으로 재직중 미국에 2007년 12월 마지막 출장을 와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정리한 책을 구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처럼 퇴임 뒤에 소박하지만 봉사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했다”고 회고했다. 김수헌 기자, 연합뉴스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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