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청앞도 집회·시위 우려 틀어막아
정부 “역사박물관·서울역 광장에 설치”
정부 “역사박물관·서울역 광장에 설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울 분향소 설치를 두고 정부와 시민들 사이에 긴장이 흐르고 있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하기 위해 광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경찰·서울시는 추모행사가 대규모 집회·시위로 번질 것을 우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울 분향소를 24일 밤 9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 설치했다. 행정안전부는 “분향소 설치를 두고 서울시와 논의한 끝에 외국의 조문 사절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간이분향소를 찾은 주아무개(35)씨는 “경찰이 분향소 일대와 서울광장을 막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시민의 공간인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어제(23일) 시민들이 ‘왜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차리지 않느냐’는 항의전화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민주당은 이날 오후 한때 경찰에 서울광장에 대한 집회신고를 했다.
경찰은 어렵다는 태도다. 김호윤 경찰청 대변인은 “서울광장이나 청계광장에 모인 조문객들이 불법·폭력시위를 벌이면 통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청 앞 광장 사용 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도 “서울광장은 문화 활동과 여가 목적으로 사용하게 돼 있다”는 궁색한 해명만 내놓았다. 서울광장 조례를 보면,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는 우선 허가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정부가 주관하는 ‘국민장’으로 치러지는 점을 고려하면 분향소를 설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미경 사무총장, 우제창 원내대변인 등 민주당 의원 8명은 이날 오후 국무총리 공관을 찾아, 경찰이 대한문 분향소 주변을 통제하는 것에 항의했다.
김경욱 이유주현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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