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저장시각 애초보다 23분 늦은 5시44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새벽 유서를 마무리한 시각은 애초 알려진 시각보다 23분 늦은 새벽 5시44분이며, 유서 작성을 끝내자마자 경호원을 불러 봉화산을 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건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지나쳐 더 올라갔다가 내려와 뛰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의 2차 수사결과 발표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을 정리했다.
■ 집을 나서기 전 노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언제 잠자리에서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유서를 작성하는 데 사용한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애초 유서가 마무리된 시각으로 알려진 새벽 5시21분부터 컴퓨터로 유서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은 5시26분 1차로 파일을 저장했고, 5시44분 마지막으로 저장했다. 23분에 걸쳐 단 14개의 문장을 쓴 것을 볼 때 매우 고심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사저 건너편에 있는 경호동에 인터폰을 걸어 당직 경호원에게 “산책 나갈게요”라고 알렸다. 이날 당직이었던 이병춘 경호과장이 서둘러 사저 정문 앞으로 나갔다.
■ 사저에서 부엉이바위까지 노 전 대통령은 5시50분께 사저 대문 앞에 와 있던 이 과장과 함께 산책을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은 등산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끈 없는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평소 산책 때 즐기는 복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이야기 없이 사저 옆 제1초소와 제3초소를 지나 봉하저수지 옆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15분 정도 만에 부엉이바위를 통과해 5분 정도 더 올라갔다가 다시 부엉이바위 쪽으로 내려왔다. 아마도 이때 노 전 대통령은 부엉이바위를 뛰어내릴 곳으로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 부엉이바위에서 노 전 대통령은 넓이가 5㎡가량인 부엉이바위에 이 경호과장과 함께 20여분 동안 앉아 봉하마을을 내려다봤다. 그때 가까운 등산로에 사람이 한명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누구지? 기자인가?”라고 이 과장에게 물었다. 이 과장이 접근을 막기 위해 그 사람 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 노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두 발자국 위치를 옮겼다. 그 순간 다시 몸을 돌린 이 과장이 본 것은 45m 아래 허공으로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의 뒷모습이었다. 아침 6시45분께였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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