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국민장 합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24일 ‘국민장’으로 결정되기까지 유가족과 참여정부 측근 인사들은 숙의를 거듭했다.
측근들 가운데는 국민장으로 해야 한다는 이가 다수였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국가원수를 지낸 분이니 국민장을 통해 국민 전체의 추모를 담아내는 게 좋겠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세계 각국, 북한 등에서도 조문단을 보내올 텐데 가족장으로는 의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수사 압박 등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한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할 때 현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일부 핵심 측근 가운데서는 “정치보복에 의한 죽음”이란 격앙된 반응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결정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내렸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24일 오전까지 논의를 한 끝에 국민장 수용을 건의하기로 했다. 장관 출신의 한 인사는 “유서에 ‘원망하지 마라’라고 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을 원했던 것 아니겠느냐”며 “이번 죽음의 원인제공은 정부가 했지만, 통합을 바라는 유지를 살리자는 뜻에서 국민장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께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봉하마을 사저를 찾았고, 권씨는 ‘국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국민장을 하더라도 현 정부가 단독으로 장례를 주관하는 형식으로 흘러선 안 된다는 주장도 반영됐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한명숙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를 공동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여러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결식과 안장식 장소 등 구체적인 장례 절차도 정부와 유족 사이 추가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장례기간은 29일까지 7일장으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영결식장은 김해시 진영공설운동장이 검토되고 있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 아닌 봉하마을이 될 것이라고 천 전 수석은 전했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화장을 한 뒤 유해를 안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유가족과 협의해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분향소 설치에 착수했다. 서울에선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역에 분향소가 차려지며, 국무위원들은 25일 오전 9시께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쪽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 분향소 장소를 시청앞 서울광장으로 바꿔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 기관과 정당, 사회단체 등에서 실내에 분향소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장은 국장과 달리 영결식 당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는 않지만, 전국의 관공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기를 게양한다.
손원제 송호진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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